출판사 보도자료
사뿐사뿐 따삐르 모녀가 만들어 낸 정글의 평화
옛날 옛적, 말레이시아의 깊은 정글은 무척 시끌벅적한 곳이었다. 코끼리는 쿵쿵! 코뿔소는 쾅쾅! 코뿔새는 깍깍! 시아망은 꿩꿩! 저마다 큰 소리를 뽐내느라 바쁘다. 하지만 따삐르와 아기 따삐르는 꽃 한 송이 밟을까 봐, 개미 한 마리 밟을까 봐, 잠든 악어를 깨울까 봐 늘 살금살금 사뿐사뿐 소리 내지 않고 움직인다. 심지어 날쌘 표범이“어흥!”하며 쫓아오는데도 사뿐사뿐 뛰다가 그만, 따라잡히고 만다. 그때 어디선가 사냥꾼의 총소리가 들리자 표범은 너무 놀라 도망갈 생각도 못한다. 그러자 아기 따삐르가 말한다.“아저씨, 우리처럼 해 봐요.”따삐르가 사뿐사뿐! 아기 따삐르도 사뿐사뿐! 표범도 사뿐사뿐! 셋은 함께 사냥꾼을 따돌리고 도망간다. 다음 날 정글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데…….
김한민 작가의 정글 체험과 상상력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동물인‘따삐르’를 옆집 아줌마처럼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사뿐사뿐 걸어가는 걸음걸이뿐 아니라 진흙탕을 좋아하고, 나무 둥치 밑에 집을 짓고, 엄마와 다르게 생긴 아기 따삐르의 모습 등 따삐르의 생태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꽃, 개미처럼 작은 생명까지 소중히 여기는 모습과 자기를 공격하는 적까지 포용하는 따삐르의 마음이 따듯함을 전해준다. 정글에서는 때로 느리게 조심조심 걷는 것이 생명을 빼앗길 수 있는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사냥꾼을 속여 살아남을 수 있는 장점이 되기도 함을 보면서, 아이들은 자신이 가진 장단점에 대해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시끌벅적한 정글에서 늘 살금살금 지나다니며 이웃을 배려하고, 결국 무서운 사냥꾼으로부터 동물들을 지켜 내는 따삐르 이야기 속에는 모든 야생 동물들이 사냥꾼의 눈을 피해 오래오래 평화롭게 살아남았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 담겨 있다. 동물들 모두 따삐르처럼 살금살금 소리 없이 다니게 되었다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인간들의 이기적인 욕심 때문에 동물들이 마음껏 뛰놀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들 것이다. 짧은 이야기 속에 다양한 감정과 생각거리를 남겨 주는 그림책이다.
수묵 담채 느낌의 담백한 그림에서 더욱 빛나는 풍부한 유머
앞발을 살짝 들고 사뿐사뿐 걸어가는 따삐르와 아기 따삐르, 표범이 나오는 표지부터 너무나 사랑스럽다. 책장을 넘기면 재미있게도 실제 모습을 쏙 빼닮은 작가가 따삐르 흉내를 내며 사뿐사뿐 걸어간다. 마치 우리에게도 사뿐거리며 이야기 속으로 따라오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다.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양화 기법인 수묵 담채 느낌으로 말레이시아의 정글을 친근하지만 신선하게 담아냈다. 수묵 배경에 등장인물들이 조화롭게 녹아들면서도 울창함 속에 묻혀 버리지 않고 돋보인다. 동물들의 몸짓과 표정이 더 도드라지고 생생하여 웃음을 자아낸다. 캐릭터들은 저마다 고유의 색을 찾아 주기 위해 잉크와 먹, 수채 물감, 마카 등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여 표현했다. 먹으로 그려진 개미, 개구리 같은 작은 곤충들의 몸짓과 표정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탕! 탕! 탕! 총소리가 들리는 부분에서는 먹물이 흩뿌려지고 표범 몸에 있던 무늬들이 밖으로 튀어 나오는 등 재미난 기법과 장치를 사용하여 흥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