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보도자료
유치원에 갔다 오면 손부터 씻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손만 씻으면 어떡해? 얼굴도 씻어야지!”
음식은 하나도 남기지 말라고 해서 접시를 싹 비웠더니…….
“네가 다 먹으면 어떡해? 누나 먹을 건 남겨 둬야지!”
동생을 잘 돌보라고 해서 열심히 놀아 줬더니…….
“또 동생 괴롭히니?”
엄마는 내 마음도 모르고, 만날…….
아이들과 엄마는 하루 종일 작은 일들로 투닥 댑니다. 이 이야기 속 주인공 푸름이는 엄마가 손 잘 씻으라고 하니 손 씻고, 엄마가 음식 남기지 말라고 하니 접시를 싹싹 비우고, 엄마가 동생을 잘 돌보라고 하니 최선을 다해서 놀아 줍니다. 철가면에 야광 번쩍이는 검, 방패까지 갖추고 동생을 중세 기사의 성으로 안내하는 성의를 보였는데, 이런……. 엄마 등장과 함께 쏟아지는 것은 오로지 잔소리뿐입니다. ‘다 엄마 말씀대로 했는데, 엄마는 내 마음도 모르고…….’
참고 참던 푸름이가 어느 날 폭발하고 맙니다. 변신 로봇을 갖고 싶은 마음도 몰라주고 “엄마 말 잘 듣고 착하게 굴면 사 준다니까!” 하는 엄마의 대답.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엄마는 만날 똑같은 소리만 해!
난 엄마가 하라는 대로 다 하는데,
엄마는 나한테 해 주는 게 하나도 없잖아!
싫어, 싫어, 다 싫어!
엄마 말 안 들을래, 이제 내 멋대로 할 거야!
그 순간 푸름이의 마음은 화산 정상을 향해 솟는 마그마처럼 위로 위로 치닫습니다. 서운했던 일, 분했던 일, 속상했던 일 다 모아 남김없이 폭발! 그러고는 외칩니다.
“나, 비뚤어질 거야!”
엄마가 백 번 불러도 대답하지 말아야지.
안 들려, 안 들려.
아, 시원해. 좋다!
소심한 아이의 반항 어린 몸짓, 마음짓
비뚤어지겠다고 선언은 했으나, 막상 소심한 주인공 푸름이가 펼치는 반항의 일상은 어찌 보면참 보잘 것 없습니다.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머리 말리는 엄마가 화장실에 있다며 작은 거짓말을 해 보고, 목욕할 때 욕조에 넘치도록 물을 받거나 거품 비누 좀 더 풀어 보고, 실내에서 공 한 번 뻥 차 보는 그 정도 행동입니다. 하지만 행동이 작다고 해서 그 마음도 작을까요? 그 작은 행동 속에 담긴 마음은 꽤 깊고 오래된 것들입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애걔 싶은 것들이지만, 엄마와 세상을 향해 펼치는 작은 몸짓들은 아주 큰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푸름이의 어처구니없는 반항으로 세상의 소심하고 여린 어린이들이 만족감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아, 어쩌면 어린이들은 다 소심한 존재일지 모른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는 어린이가 얼마나 될까요? 내 마음을 똑똑하게 말하기 어려울 때,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머뭇거릴 수밖에 없을 때, 엄마에게 아빠에게 자꾸 서운한 마음이 커질 때 어린이들이 펼쳐 볼 수 있는 그림책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