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보이지 않아》는 어느 날, 안 에르보가 우연히 만난 시각 장애인 소년의 질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바람은 무슨 색인가요?” 그 한 마디가 너무나도 강렬해서 그녀는 꼭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깨달았습니다. 그 질문엔 수많은 답이 존재할 수도 있고, 동시에 답이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요. 이 책의 주인공 역시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년입니다. 바람이 무슨 색이냐는 소년의 질문에 늙은 개는 “들판에 가득 핀 꽃의 향기로 물든 색, 그리고 빛바랜 나의 털색.”이라고 대답합니다. 반면 늑대는 ‘숲 속에 깔린 젖은 흙이 품고 있는 어둠의 색’이라고 답하지요. 늙은 개와 늑대, 코끼리, 산, 창문, 비, 개울 등은 자신들의 상황과 경험치 안에서 저마다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이 책을 읽은 뒤 아이들에게 ‘바람’ 대신 ‘삶’이라는 단어를 넣어 소년이 한 질문을 소리 내어 말하게 해 보세요. 신기하게도 책 속에 등장하는 답들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지요. 우리를 둘러싼 무수한 질문들엔 수많은 답이 존재할 수도 있고 답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색을 찾아 나선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년, 어쩌면 우리들 이야기 “바람은 보이지 않아. 바람이 실어 오는 소리만 들을 수 있어. 바람은 들리지 않아. 바람이 실어 오는 것만 볼 수 있어.” “바람은 무슨 색일까?” 어느 날,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년은 몹시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그 답을 찾기 위해 아침 일찍 바람의 색을 찾으러 떠납니다. 길 위에서 소년은 늙은 개, 코끼리, 산, 창문, 비, 개울, 사과, 새 등을 차례로 마주칩니다. 이들은 소년에게 저마다의 대답을 내놓습니다. ‘꽃과 풀이 자라고, 계절이 지나는 시간의 색’ ‘숲 속에 깔린 젖은 흙이 품고 있는 어둠의 색’ ‘물속에 빠진 하늘의 색’…… 비는 바람의 색을 알지 못했고, 새는 소년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날아가 버립니다. 답을 얻지 못해 실망하고 지쳐 있던 소년은 길 위에서 아주 큰 거인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거인의 대답을 들은 뒤에야 비로소 바람의 색을 알게 됩니다. 과연 거인은 바람이 무슨 색이라고 말해 주었을까요? 《바람은 보이지 않아》는 하나의 이야기로 흘러가는 그림책이지만, 한 장면 한 장면을 놓고 보면 마치 수준 높은 한 편의 전시회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보색을 활용한 강렬한 대비, 선과 여백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다양한 기법과 질감으로 그림을 감상하는 아이들의 눈길과 손길을 모두 사로잡지요. 그런데 이 책에는 보이지 않는 마법 같은 힘도 존재합니다. 바로, 아름답고 시적인 문장 뒤에 숨은 뒷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을 그 속에 감춰진 이야기들을 상상하고 꿈꾸며 이야기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듭니다. 바람이 무슨 색이냐는 소년의 질문에 저마다 다른 대답을 내놓는 것처럼,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정답이 없을 수도 있고요. 마치 우리의 삶처럼요. 그런 의미에서 《바람은 보이지 않아》는 어린이들을 위한 철학책이자 인생 수업이 담긴, 특별한 그림책이지요. 그런데 바람은, 정말 무슨 색일까요? 신선한 결말은 여러분에게 깊은 감동과 함께 이 책을 만나기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바람의 색을 알려 줄 것입니다. ★《바람은 보이지 않아》는 시각 장애인도 함께 읽는 그림책입니다. 표지의 점자는 ‘vent’이라는 프랑스 어로, ‘바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림책 작가. 1976년 벨기에 위클리에서 태어났다. 중 · 고등학교 시절 수업이 끝나면 늘 브뤼셀에 있는 오뤼에 셍 피에르 미술학원에 가서 그림을 그렸다. 이후 4년 동안 왕립 브뤼셀 미술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만화를 전공했고, 우연히 카스테르만 편집자의 눈에 띄어 졸업과 동시에 그림책을 내기 시작했다. 1997년에는 첫 번째 단행본 『보아뱀』을 출간했는데, 이 그림책에 나오는 '에두아르'와 '아르망'은 이후 시리즈물로 연결되는데, 길고 가느다란 선, 작은 머리, 마르고 긴 팔다리, 커다란 몸통 등은 그녀 자신을 대신하는 캐릭터의 특징이다. 작업을 할 때 이미지와 텍스트를 동시에 구상하는 편인 그녀는, 아름다운 이미지나 훌륭한 텍스트를 남기는 것보다 그 둘을 어울리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그녀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시간이란 추상적 개념을 시각적이며 시적으로 표현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그 밖에도 『달님은 밤에 무얼 할까요?』, 『빠따프에게는 적이 많아요』, 『작은 걱정』, 『빨간 모자 아저씨의 파란 집』, 『제가 어렸을 때』등의 책을 출간했으며, 그 중 『달님은 밤에 무얼 할까요?』는 1999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새로운 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어린이 책과 만화를 준비 중이고, 앞으로는 장편 애니메이션이나 데생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