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보도자료
글자, 의미, 놀이로 기르는 상상력, 그리고 작품집
이 책은 한 페이지에 한 글자, 그 글자로 시작되는 이름의 형상이 조화롭게 배치돼 있어요. 글자는 서체 디자인에서 ‘세리프’라고 하는 바탕체의 구부러진 장식용 획만 남겨두고 모두 지워졌죠. 몇 개의 돌출된 세리프와 윤곽으로 표현된 형상은 묘한 조형 감각을 보여주고, 독자에게 알고 싶은 심리와 보고 싶은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답니다. A를 쉽게 맞혔다면, 곧 다음 장에 있는 B로 넘어가 알파벳 B로 시작되는 여러 개 영어 단어를 떠올리느라 머릿속이 분주해지죠.
작가는 A로 시작하는 ‘Apple’이라는 단어의 형상을 글자 위에 과감하게 올려놓고 글자를 가렸습니다. 이 형상은 다른 어떤 알파벳 책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이에요. A를 ‘사과’를 뜻하는 ‘Apple’이라는 글자 위에 올려놓았으니 독자는 글자 A와 의미 사과의 연관성을 떠올리겠지만, 만약 작가가 Apple의 형상을 M에 올려놓았다면 독자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 사’가 만든 컴퓨터 ‘Macintosh(매킨토시)’ 혹은 ‘Mac(맥)’과 의미의 연관성을 찾겠죠. 이처럼 형상과 그 형상의 이름의 첫 글자를 맞추는 놀이는 작가가 만들어놓은 ‘해석의 틈’이라는 함정에 빠지는 것과 다름없어요. 하지만, 그 틈은 때로 착시와 착각, 혹은 맞거나 틀리는 것이 아닌 독자의 자발적이고 자의적 해석의 틈이기도 해서 이 책의 글자는 다시 구성되고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물론, 작가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자신의 의도를 A부터 Z까지 모두 밝혔지만, 독자는 굳이 그의 해석에 끌려갈 필요는 없어요. 이처럼 독자는 어쩌면 자신만의 알파벳 그림책을 완성할 수도 있겠죠?
이처럼 이 그림책은 대상의 형상과 이름의 형상이 만나는 시각적 재미가 여러 가지 의미를 품은 해석을 유도하면서 ‘놀이’로 변환되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동시에 언어와 시각적 결과물이 서로 어울리게 하려면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뛰어난 창의력 훈련 교재이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