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훔치려는 사람과 이를 제지하는 신의 대결!
문명은 불이 없는 시대에서 불을 사용하고 불을 피우는 시대로 발전했어요. 사람은 불이 없는 시대에 날것을 먹고, 어둠을 피하지 못하고, 추위에 떨며 살았지요.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불을 발견하고 사용하게 되면서 사람은 불의 유용함을 알게 되었고, 부싯돌이나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불을 소유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문명도 발달했지요.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에는 불과 관련된 이야기가 꼭 있어요. 아프리카의 불과 관련된 신화는 종족마다 다양한 형태로 전해져요. 대부분 불은 신의 세상에서 사람 혹은 동물이 훔치거나 얻어 오는 특별한 것이에요. 불을 가진 다른 종족에게 훔쳐 오기도 하지요.
《불을 훔친 피그미》는 아프리카 피그미 족에게 전해지는 불의 신화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재구성한 이야기예요. 처음 세상이 생겼을 때는 불이 무엇인지도 몰랐기에, 사람들은 음식을 익혀 먹거나, 환하게 지내거나, 따뜻하게 지내는 방법을 몰랐어요. 그러나 신의 소유인 불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를 끊임없이 탐내며 신과 맞서게 되었어요. 신은 끊임없이 불을 탐내는 사람을 용서하고, 결국 불을 주었지요. 그러나 이는 신에게 끔찍한 결과로 다가옵니다. 사람 역시 불을 얻은 대가로 아주 큰 것을 잃게 되지요. 이야기의 원전인 피그미 족의 신화는 아주 짧아요. 저자는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가 담긴 신화의 이면을 풍부하게 상상하여, 불을 훔치려는 사람과 이를 제지하는 사람의 대결을 부드럽지만 박진감 넘치는 글로 풀어냈어요. 신의 것을 탐한 사람의 욕심이 불러온 결과가 무엇인지, 땅과 하늘과 우주를 넘나드는 긴장감 넘치는 대결을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화가는 사람과 신, 불과 죽음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그림을 그렸어요. 대신 아프리카의 조각이나 예술품에서 볼 수 있는 문양과 색감을 사용해 재미를 주었지요. 신의 모습은 아프리카의 거칠고 투박한 돌 조각의 느낌을 살려 원초적이고 강렬한 형상으로 표현했어요. 반면 피그미는 신과 생김새는 같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단순하게 표현하여 차별화했지요. 이야기의 핵심인 불은 살아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마블링 기법을 사용하여 물감이 자유롭게 흐르는 모양을 잡은 뒤 콜라주 기법으로 생동감을 주었어요. 자칫 원색이 그림책을 압도할 수 있기에, 전체 화면 구성은 글의 빈 곳을 채우는 표현에 중점을 두고, 중요한 장면만 클로즈업하는 방식으로 강약을 조절하여 끝까지 진중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