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보도자료
크고 못생긴 물고기, 대구가 바꾸어 놓은 세계 역사 2천 년
책을 열자마자 독자를 맞는 탁본된 대구는, 오늘날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으로만 여겨집니다. 하지만 맛이 좋고 단백질이 풍부하며 저장하기가 편리한 대구는 이제까지 많은 사람들과 생물의 삶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 책은 대구라는 하나의 음식을 통해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삶과 문화, 역사, 그리고 환경 문제까지 독특한 시각으로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크고 못생긴 대구는 커다란 입을 쫙 벌린 채 헤엄치며, 입 속으로 들어오는 것은 무엇이든 삼켜 버리는 먹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대구를 말려 먼 거리를 항해하는 동안 식량으로 사용함으로써, 바이킹은 콜럼버스보다 훨씬 먼저 아메리카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의 종교 박해를 피해 바다를 건넌 순례자들도 대구를 팔아 부자가 될 꿈에 부풀어 대구가 풍부한 북아메리카에 정착했지요. 흑인 노예들을 먹여 살리고 노예무역을 활발하게 만든 것도 바로 소금에 절인 대구였습니다.
이렇게 민족의 이동에 영향을 끼친 대구는, 국가들 사이에 어획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과 갈등을 부추기며 전쟁까지 일어나게 함으로써 인간의 역사에 있어서 그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줍니다. 1700년대에 영국이 식민지인 뉴잉글랜드의 당밀과 차에 세금을 매기고 대구 무역을 제한하는 법까지 만들자, 화가 난 식민지 사람들에 의해서 미국의 독립전쟁이 시작됩니다. 1782년 영국과의 평화 협상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 역시 새롭게 독립한 미국의 대구잡이 권리에 대한 것이었지요. 산업혁명이 일어나 점차 고기 잡는 기술이 발달하게 되어 바다 속 대구의 수가 줄어들자, 아이슬란드와 영국은 아이슬란드 해에서의 대구 어업권을 둘러싸고 세 번에 걸친 ‘대구 전쟁’까지 벌입니다. 그 결과 해양법이 근대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역사의 흐름을 바꾼 대구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19세기 영국의 과학자들은 바다에는 엄청나게 많은 대구들이 수백만 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대구를 아무리 많이 잡아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해 대구는 멸종의 위험을 맞고 있습니다. 대구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물고기 가운데 약 60퍼센트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지요. 저자는 마지막으로 인간의 욕심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다음과 같은 물음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과 생물의 삶을 바꾸어 놓은 물고기, 대구의 이야기는 달콤하게 혹은 씁쓸하게 계속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만약 바다에서 물고기가 사라진다면 사람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문헌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다채로운 이야기
나무토막보다는 나은 전채 요리
나무처럼 딱딱하지만 나쁜 냄새는 나지 않는다. 사실은 너무 냄새가 나지 않는다. …… 하지만 입맛을 돋우는 음식으로는 괜찮은 편이다. 식욕을 돋우는 음식치곤 질이 정말 형편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1436년 저명한 라틴어 학자인 포지오 브라치오리니가 말한 이 전채 요리는, 바로 말린 대구입니다.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문헌 속에 남아 있는 대구에 관한 기록과 요리법을 곁들임으로써 책 읽는 즐거움을 한층 더해 줍니다. 말린 대구(건대구)와 소금에 절인 대구(염장 대구)를 만드는 법, 대구의 머리와 혀로 만드는 요리법부터 특별한 만찬 음식을 만들기 위해 화장실 물탱크 안에다 말린 대구를 이틀 동안 불린 이야기,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뱃노래와 ‘생선 완자 신사’라는 익살맞은 시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영국과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이 북해에서 대구를 잡기 시작한 선사시대부터 멸종 위기에 놓인 대구를 위해 캐나다 정부가 그랜드뱅크의 대구잡이를 무기한 금지함으로써 3만 명의 어부가 일자리를 잃은 1992년까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책의 한쪽에 연표를 그려놓았습니다. 독자는 이야기와 함께 연표를 좇아가며 역사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습니다. 사람들과 물자의 이동을 보여주는 상세한 지도와 철저하게 고증된 자료를 바탕으로 짜임새 있게 재구성된 그림 역시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