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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절대 이 책릉 거꾸로 꽂지 마시오 문이 곰릉 열고 탈출할 수도 있믕 _ 「른자동롬원」 이 시의 마지막 행을 읽고 곰이 문을 열어야지 문이 곰을 열다니, 이거 인쇄가 잘못된 거 아냐? 하고 생각한 당신은 멀쩡한 어른입니다. 이성과 교양과 합리적인 판단력을 갖춘 훌륭한 사회 구성원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반면 잠시 고개를 갸우뚱한 후에 책이나 고개를 요리조리 돌려 보고 아하, 하고 웃은 당신은 조금 이상한 어른입니다. 아니면 어린이입니다. ‘문’이나 ‘곰’ 같은 명사보다는 ‘릉’이나 ‘믕’처럼 중요하지 않은 글자를 먼저 읽는 당신에게 세상은 다소 냉담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삶을 풍요롭고 살 만하게 하는 것은 그 모든 작고 사소하고 이상하고 엉뚱한 일들이며, 그것들은 멀쩡한 글자를 ‘괜히’ 뒤집어 보는, ‘시인’의 눈에 의해서만 발견된다는 것을. 20170210_05_01.jpg 20170210_05_02.jpg 20170210_05_03.jpg 20170210_05_04.jpg 20170210_05_05.jpg 20170210_05_06.jpg 20170210_05_07.jpg

출판사 보도자료

동시를 먹고, 동시를 걷고, 동시로 사는 ‘이안’의 새 책, 『글자동물원』 봄에 아주까리를 문 앞에 심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야. 내 키보다 더 큰 키에 내 두 손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잎을 내두르며 모르는 사람을 성큼 막아서더라니깐! 힘이 좀 부친다 싶으면 나비 동생, 벌 언니, 사마귀 대장까지 불러서. 어떤 날은 맘씨 좋은 청개구리 동무가 찾아와 뿌룩뿌룩 불침번을 서 주고 가기도 하고. 옆집에서 묶어 기르는 진돗개보다 믿음직스러워 나는 외출할 때마다 이렇게 말하지. 아주까리 형님, 저 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 _ 「아주까리」 시인 이안의 일상은 동시 그 자체이다. 격월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을 꾸려 두 달에 한 번씩 동무들과 발송하고, 국내 최초 동시 전문 팟캐스트 〈다 같이 돌자 동시 한 바퀴〉도 진행한다. ‘권태응어린이시인학교’의 교장으로 해마다 시를 닮은 아이들을 만나고, 평론을 쓰고, 전국의 학교나 창작교실 등에서 동시를 가르치기도 한다. 그러느라 봄에 문 앞에 심은 믿음직스러운 아주까리 형님에게 날마다 인사한다. “저 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 『글자동물원』에는 그렇게 부지런히 동시를 살아 낸 시인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차곡차곡 쌓여 딱 알맞게 발효한 동시들은 감동적인 풍미를 선사한다. 화가 최미란의 그림은 시인의 표현대로 “시에 까륵까륵 사랑스런 간지럼을” 태우는 듯 조잘조잘 즐겁다. 땡그랑, 저금통에 바닥에 웃음 떨어지는 소리 세상에는 드러나지 않은 슬픔이 아직 많고 나에게는 어머니가 저금해 주신 웃음이 여전히 많다. 이번 동시집은 내가 세상에 갚아 주는 어머니의 웃음이다. 어머니가 나에게 그러신 것처럼, 나는 어린이들 마음속에 한 알 두 알 내가 빚은 웃음을 저금해 주고 싶다.(‘책머리에’ 중에서) 짧은 방학마저 바쁘게 의무에 시달렸을 아이들에게 웃음을 빚어 저금해 주고 싶다는 시인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래서 우리는 짜고 슬픈 울음차 대신 으름덩굴에 으름으름 핀 으름꽃 우린 으름차를 마실 수 있다. “울음덩굴 아니고/ 으름덩굴이어서/ 정말 다행”(「으름꽃」)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소개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동부한 뒤, 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연구했습니다. 『즐거운 생태학교실』『누구 없어요?』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