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보도자료
하나에 또 다른 하나를 떠 올리는 동심 !
“내 친구 누구랑 닮았어.” “우리 외할머니 집 같아.” 어린이들은 어떤 사물이나 상황, 사람을 보면서 그것과 연상되는 무언가를 일차적으로 떠올리는 힘을 지니고 있다. 어른들도 그러하겠지만, 어린이들의 연상은 어린이다운 방향과 힘을 갖는다. 하나에 하나를 떠올리는 동심의 연상, 그 연상을 제공하는 것이 ‘동시’의 좋은 역할이기도 하다.
진복희 시인의 신작 동시조집 ‘반딧불이의 힘’에는 무언가를 통해 다른 어떤 것을 떠올리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잘 담겨 있다. “어, 우리 아빠 같아!”라는 어린이들의 감탄사 같은 시적 심상들이 자연스럽게 표현된 동시들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여러 편의 동시 속에 관찰의 대상이 되는 것과 연상의 결과물이 같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구수한 / 내음에 끌려 / 입맛을 다시는데, //톡 쏘는 / 시래기국! / 울상을 짓는 엄마 //“어쩌나! / 굴러다니던 고추 한 알 / 썰어 넣었을 뿐인데…” // “톡톡히 독이 올랐겠군, / 혼자 굴러다니느라” // 거드는 / 아빠 말씀에 / 문득 겹쳐지는 모습.//따돌려 / 혼자 겉도느라 / 잔뜩 볼멘 그 애 얼굴. [ ‘독’ 전문]
엄마가 차린 식탁에서 이야기꺼리가 된 시래기국 속의 매운 고추는 집안에서 겪게 되는 흔한 상황이다. 그런데 시적 화자는 그 상황 속에서 독이 올랐을 거라는 아빠의 말에, 늘 혼자 다니는 왕따 친구를 떠올린다. 시래기국의 매운 고추와 친구는 쉽게 연상이 되지 않지만, 그 어색한 연상을 아빠의 말을 통해 절묘하게 이어주고 있는 시인의 솜씨가 멋스럽다. 뜨거운 열섬 같은 여름 아파트 속에서 외갓집 솔바람을 떠올리기도 하고(열섬), 진눈깨비 속에서 힘겨워 보이는 꼽추나무는 잔기침 많이 하는 할머니와 연결된다(가랑잎).
또한 단순한 연상을 넘어서 확산이 되고, 아침햇살은 할머니의 옛집으로 이어지고, 베란다의 무청은 햇살 물결과 함께 푸른 바다로까지 이미지가 확산된다(햇살 물결). 복합적인 연상을 통해 제한된 텍스트 속에서도 어린의 연상은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때론 연상의 대상이 존재가 아닌 부재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덩굴장미는 외할머니, 산수유는 삼촌, 철쭉은 이모의 ‘부재’를 떠올리게 한다. 무언가를 떠올린다는 것은 규칙이 없다. 아이들의 연상은 더더욱 그렇다. 진복희 시인의 작품 속에서 보이는 연상은 아이들의 규칙 없는 연상을 곱게 담아냈으면서도, 잘 다듬어 놓아서 시적으로 질서를 부여하고 있어서 억지스럽지 않고 매우 자연스럽다.
이 책에 수록된 모든 동시는 ‘동시조’이다. 우리 고유의 가락 속에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내어 더 특별하다. 또한 ‘흙젖’이나 ‘액막이’, ‘재재거리는 아리랑’, ‘통방울’ 같은 약간은 낯설면서도 친근한 느낌의 어휘들을 사용하고, 의성어와 의태어도 율격에 맞춰 사용하는 등 기존 동시들에서 만나기어려운 독특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줄 잘 포장된 선물 상자같은 동시조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