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보도자료
아름다운 추억이 되살려낸 아름다운 정원
봄(春). 겨우내 움츠렸던 모든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는 봄이다. 『정원이 살아났어요(원제: The Forgotten Garden)』는 이러한 파릇파릇한 봄을 느낄 수 있는 책으로, 감동적인 이야기와 아름다운 그림이 어우러져 아이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전해주는 그림책이다. 특히 자그레브(Zagreb) 애니메이션 영화제 최우수신인상(1989)을 비롯해 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돌고래들>의 그림을 그렸던 이언 앤드루의 파스텔 그림은 이야기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을 아주 훌륭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그림이 전해주는 풍부한 상상력을 감상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줄 것이다.
누구나 어렸을 때 경험했던 아름다운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가꾸었던 아름다운 정원에서 새와 동물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그것이다(이것은 이 책의 저자인 캐롤라인 레프척의 추억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정원은 갖가지 모양을 한 정원수들과, 바스락거리던 생명의 소리, 새들의 노랫소리, 반짝이던 빛깔로 가득한 곳이었다. 즉, 『정원의 역사』(르네상스, 2005)를 쓴 메샹이 정원을 가리켜 “자연 자체의 요소를 사용하여 행복의 개념을 나타내 보이고자 하는 희망”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이곳은 사람과 동물들이 공존하며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한참 흐른 뒤 정원은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결국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 이끌리듯 황폐해진 정원을 다시 찾아와 정원을 다시 생명이 살아 숨쉬는, 사람과 동물들이 공존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되살려냈다.
아름다운 추억이 정원을 되살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면, '사랑과 관심'은 정원을 변화시킨 실질적인 힘이었다. 떨어진 낙엽만이 여기저기 뒹구는 스산하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정원(이러한 정원의 모습을 이언 앤드루는 흑백 그림으로 그 느낌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 빛깔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던 이곳에 '색(생명)'을 간직한 할아버지가 등장하고, 할아버지는 아낌없는 사랑과 관심으로 정원에 '색(생명)'을 되찾아준다. 할아버지의 지칠 줄 모르는 힘찬 가위질은 정원을 깨우는 영혼의 소리였고,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길과 사랑스러운 속삭임은 정원에 생명을 불어넣는 '마법'의 주문이었다.
이 책은 이렇듯 할아버지와 정원이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소재를 통하여, 어렸을 적 경험했던 아름다운 추억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또 '사랑과 관심'은 주변의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변화시키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흑백 그림과 컬러 그림의 멋진 조화
프랑스의 소설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에 나오는 엘제아르 부피에가 혼자 묵묵히 나무를 심어 황무지를 나무가 우거지고 사람들이 다시 찾는 곳으로 바꾸는 기적을 일으켰다면, 『정원이 살아났어요』에 나오는 할아버지는 황폐해진 정원을 생명들이 다시 살아 숨쉬는 곳으로 바꾸는 마법을 일으킨다. 이들은 하나같이 생명이 없던 곳에 생명을 불어넣고, 자신의 일을 '노동'이 아닌 '봉사'와 즐거움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와 같은 감동적인 이야기와 어울려 아주 멋진 하모니를 연출해내고 있는 그림이다. 이 책의 첫 장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색깔이 없는 나뭇잎 하나이다. 이 나뭇잎이 담고 있는 깊은 뜻은 책장을 넘겨 가다보면 저절로 깨닫게 된다. 어느 대문 앞에서 주춤주춤 머뭇거리고 있는 머리가 하얗게 샌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대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그야말로 황량하고 스산하기 그지없는, 생명의 흔적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정원이다. 화가는 이를 흑백톤으로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흑백의 정원과 달리 색깔을 지니고 있다. 이는 앞으로 이 할아버지가 생명을 잃은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 할아버지가 먼저 찾은 곳은 온실. 그곳 역시 단조로운 흑백톤이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원을 손질할 때 쓰는 큰 가위, 물 조리개, 모자, 앞치마 등은 할아버지처럼 색깔이 입혀져 있다. 이것들 역시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 대해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튿날 마침내 할아버지가 가위를 들고 정원을 다듬기 시작하자, 흑백의 나무들은 점차 색깔을 찾아간다. 할아버지는 나무의 색깔뿐만이 아니라 아름답고 기이한 나무들만의 모양도 다시 되찾아준다. 그동안 메말라 있던 분수대 역시 할아버지의 손길이 닿자 기다렸다는 듯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낸다.
이렇게 정원에 생명을 불어넣은 할아버지가 마침내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죽은 나뭇가지들을 깨끗이 쓸어내자 흘러갔던 지난 세월들이 마침내 제자리로 굴러 돌아온다. 정원을 떠나 있던 새들이 돌아와 아름다운 날갯짓과 함께 노래를 하고, 동물들이 다시 뛰어논다. 결국 오스카 와일드의 ?욕심쟁이 거인?에서 아이들이 잃어버린 정원의 봄을 되찾아주듯, 할아버지도 잃어버린 정원의 생명과 아름다움을 되찾아준 것이다. 이제 정원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색깔을 잃었던 나뭇잎을 포함해 그림도 흑백이 사라지고 화려한 색깔로 채색된다.
이처럼 흑백과 컬러 그림의 멋진 조화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마법'은 아이들에게 자칫 식상할 수 있는 텍스트에 상상력이라는 재미를 불어 넣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