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사라진 옛 동네의 아름다움을 추억하는 도시의 생활사 이야기
“모두들, 한꺼번에, 다 어디로 왜 떠났을까?” 아현동을 비롯하여, 사직동, 중림동, 만리동, 진관동 등 옛 동네들이 개발로 사라졌다. 사람 냄새 나는, 고단하지만 다정했던 골목과 시장과 마을이 수북한 먼지로 내려앉고, 그 자리에 비슷비슷하게 짜인 새 아파트와 상가가 들어섰다. 그 자리를 나른하게 지키던 동네 고양이들과 재래시장의 구멍가게들. 사람들, 정취들, 기억들도 거짓말처럼 지워졌다.
이 이야기는 재개발되며 사라져 가는 서울의 도시에 관한 내용이다. 아현동을 배경으로 개발 직전의 동네에 살다 떠나야 했던 사람들에 관한 실제 이야기다. 재개발 뉴타운 바람에 밀려 자기 자리를 허망하게 내 주고 어딘가로 이사해야 했던 사회적 약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살던 동네에서 떠나야만 했던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한때 가까이 살며 웃고 울었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고양이의 눈으로 담백하게 바라본다.
절망이 우리를 성숙하게 하고, 새로운 것을 갈망하게 한다!
작가는 실제 아현동 주민이었다. 아현동 골목골목을 돌아 누비며 산책을 좋아했고, 시장 상인들과는 일상의 안부를 나누고, 좁다란 계단에서는 기대어 시를 외기도 했다. 윤동주 시인이 살았다는 이유로 아현동에 더 큰 애정을 갖고 있었던 작가는 실제 동네 재개발 소식에 큰 충격을 받고 슬픈 시간을 보내지만, 그 시간을 이기는 방법으로 옛 아현동 이야기를 되살려냈다.
지금은 세련된 초고층 아파트 숲으로 변하여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오래된 동네 아현동의 옛 모습을 촘촘히 묘사했다. 산꼭대기에 있어 남들은 달동네라 부르지만, 그곳에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에게만큼은 하늘이 가깝고 햇볕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햇볕 동네로 여겨진다. 철없지만, 애교스럽고 늠름한 고양이 ‘탕’의 눈이 비친 사람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사회적 약자로 대입해 볼 수 있는 길고양이와, 묶여 사는 나이든 개의 싸움을 바라보는 작가의 안타까운 시선은 바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닐 수 없어,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은 ‘2017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출판콘텐츠 당선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