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작은 생명들을 이태수 그림 작가의 세밀화로 만나 봅니다. 2001년 봄부터 초겨울까지 도시에서 발견한 식물과 동물들의 모습을 책 속에 담았습니다. 사실적인 세밀화에 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따뜻한 마음까지 담겨 있어 포근한 느낌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앞으로 이어질 ‘도심 속 생명이야기’ 시리즈 첫 번째 책입니다.
여전히 바람이 차가운 3월이지만, 깨진 보도블럭 틈새를 자세히 살피면 꽃피울 날을 기다리고 있는 달맞이꽃과 망초를 만날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면 개나리, 목련,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보도블럭 틈에서는 제비꽃, 냉이, 서양민들레, 뚝새풀, 벌씀바귀 들이 피어납니다. 꽃 사이를 날아 다니는 나비와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는 강아지, 강아지 먹이를 쪼아 먹는 참새들은 여름 문턱에 만날 수 있는 생명들입니다. 가뭄 끝에 장마비가 오면 도시 빈터에 빗물이 고이고 황로, 쇠백로, 소금쟁이, 고추잠자리, 등실줄잠자리 같은 친구들이 찾아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나무들은 빛깔을 바꾸고 화려한 열매들은 익어 떨어집니다. 이 시기에는 먹물버섯, 꽃사과, 왕고들빼기, 줄점팔랑나비, 칠성무당벌레를 관찰할 수 있지요. 뒷부분에는 각 그림을 언제, 어디에서 관찰했는지를 실어 놓아 우리 주변의 자연물이라는 것을 더욱 실감하게 됩니다. 작가의 꼼꼼한 취재에도 믿음이 생기지요. 낮고 구석진 곳에 뿌리를 박고 계절마다, 해마다 다양하고도 변함없는 모습을 드러내는 생명들에 대한 관찰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