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보도자료
분홍 모자의 탄생과 모험, 그리고 도전
중년의 한 여성이 따뜻해 보이는 분홍 실로 뜨개질을 하고 있습니다. 분홍 실은 곧 분홍 모자가 되었고, 그녀의 삶을 따뜻하게 채워 줍니다. 그런데 모자는 만들어지자마자 시련에 처합니다. 고양이에게 잡아채이고,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리고, 간신히 한 아기의 품에 안기는가 싶더니 강아지에게 낚아채입니다. 다행히 한 여자아이에게 구해져 그동안 못했던 소임을 다합니다. 하지만 모자의 쓸모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2017년 1월 21일, 분홍 모자는 다른 분홍 모자들과 어울려 한목소리를 냅니다.‘우리의 권리는 평등하다!’
이 짧은 그림책은 여성 인권의 발전사를 보여 주는 듯합니다. 책 속 분홍 모자는 여성 혹은 여성의 권리를 상징하지요. 처음에 분홍 모자는 집 안에서 주로 활동하며 부엌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고 가정을 지키는 전통적인 역할에 한정지어집니다. 그러면서 외부적 조건들에 의해 위협받고 공격당하고 시련을 겪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면서 사람들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인지하게 되었고, 성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도 점차 바뀌면서 분홍 모자는 달라집니다. 야구도 하고, 권투도 하면서 새로운 역할에 도전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혼자가 아니라 다른 이들과 함께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경계와 한계를 넘어서려 합니다.
생각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함께’의 가치
내게는 세계여성공동행진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로 여겨졌습니다.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하루 전만해도 불가능하게 보였던 미래를 향해 길을 터 준 것 같았거든요. 나는 우리 사회가 여성주의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이 후퇴하는 것처럼 보일 때 세계여성공동행진은 내게 희망을 보여 주었습니다. - 작가의 말
책의 마지막 장면에는 그동안 책 속에 등장했던 모든 인물들이 함께합니다. 분홍 모자를 잡으려고 나뭇가지에 올라간 아이들, 유모차에 탄 아기, 히잡을 두른 아기 엄마, 자전거를 타는 수염이 긴 아저씨, 분홍 모자를 처음 탄생시킨 아줌마까지. 이들은 인종, 민족, 성별,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함께 분홍 물결을 만들어 냅니다. 그들이 들고 있는 플래카드에는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드러나 있습니다. ‘미래를 여는 여성주의’
대부분의 남성들이, 여성들조차 ‘여성주의’라는 단어를 불편하고 부담스럽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사실 여성주의는 남녀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것만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차별들을 없애고자 하는 생각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책 속 분홍 모자는 표면적으로는 여성의 권리이겠지만 모든 인간의 자유, 평화, 행복과 같은 단어로 대체해서 읽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말하겠지요. 앞서 말한 가치들은 개인에게 그러할 책임과 권리가 있고 혼자 노력해서 얼마든지 이뤄 낼 수도 있는 것이라고요. 하지만 우리 모두는 어울려 사는 존재들입니다. 함께했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하고, 더 큰 변화를 이뤄 낼 수 있습니다. 마치 지난겨울 우리의 ‘촛불’처럼요.
~이기 때문에 하지 못할 일은 없다
여자이기 때문에 하지 못할 일은 없습니다. 해서는 안 되는 일도 없고요. 가난하기 때문에,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어리거나 나이가 많기 때문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짧은 순간에라도 그렇지 못한 생각이 든다면, 내 마음 속의 분홍 모자를 쓰고 다시 생각해 볼 일입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면서요.
해설 : 김지은
金志恩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심리철학과 철학교육을 공부했다. 199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바람 속 바람」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아동청소년문학을 연구하면서 평론과 서평을 쓰고 있다.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한신대학교 등에서 아동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EBS ‘라디오 멘토 부모’ ‘어른을 위한 동화’ ‘시콘서트’, 창비 팟캐스트 ‘서천석의 아이와 나’에서 어린이책 코너를 맡아 방송했다. 평론집 『거짓말하는 어른』을 냈으며, 함께 쓴 책으로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 엮은 책으로 『마해송 전집』, 옮긴 책으로 『너무너무 무서울 때 읽는 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