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만나는 자연과 사물들 그리고 이야기들을
우리 고유 시조 운율로 담아낸 동시조들
꼬리를 댕강 떼고
도망가는 머리 보고
꼬리가 억울해서
이리 팔딱, 저리 팔딱,
머리가
꼬리를 내듯
새 머리나 내어 보지!
-「도마뱀」 전문
어느 날 집 앞마당에 나온 도마뱀을 바둑이가 보고, 주둥이를 끙끙대자 도마뱀은 꼬리를 끊고 도망갑니다. 꼬리는 팔딱팔딱 뜁니다. 바둑이가 꼬리에 정신이 팔린 사이 도마뱀은 무사히(?) 도망을 칩니다.
시조시인이자 동시인 박방희 시인은 이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팔딱거리는 꼬리를 보고, 저만 도망치는 도마뱀 머리에게 항의 하듯 자기가 새 머리를 내겠다는 감정을 새롭게 시선과 상상력으로 우리 시조 운율에 맞춰 동시조로 담아냈습니다.
도토리숲 동시조 모음 여덟 번째 책, 박방희 시조시인의 『나무가 의자로 앉아 있다』에는 「도마뱀」 동시조 말고도 해질 무렵 저녁하늘에 있는 초승달 이야기, 넘어져서 까진 무릎에서 나는 피를 꽃에 비유한 이야기,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장승박이 이야기, 공장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그림을 그리는 붓으로 표현한 이야기, 집 없는 길고양이 이야기 같은 사물과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식물이나 곤충, 동물은 물론이고, 자연 현상이나 사람살이에 이르기까지 대상이 많이 나옵니다. 나아가 같은 소재라도 보는 각도와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형상과 빛깔로 태어납니다. 이는 사물을 보는 독자의 눈을 깊게 하고 넓게 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