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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아빠랑 엄마는 가끔 어릴 때 친구들이랑 놀던 얘기를 해요. 놀 수 있을 때 충분히 못 놀아서 후회하는 게 분명하다니까요! 지우 인생은 좀 고달픕니다. 학교 끝나면 학원, 학원 끝나면 또 다른 학원으로 쳇바퀴 돌듯 하루하루를 보내기 때문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민구라는 형을 알게 됐습니다. 형은 볼 때마다 반갑게 알은척을 해 주었고, “놀면서 해도 돼.”, “인생 별거 없어. 신나고 즐겁게 살아.” 같은 멋진 말을 했습니다. 지우가 꼴찌 할까 봐 걱정 안 되냐고 물으면, 자기는 신나게 못 놀까 봐 걱정이랍니다. 아무튼 특이한 형입니다. 지우가 난생처음 엄마 몰래 학원을 빼먹고 친구랑 피시방에 갔다 들키고 말았습니다. 호되게 혼이 나고 집을 나왔는데, 갈 데가 없었습니다. 놀이터 구석에 앉아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는데 다들 행복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서운 생각들이 지우를 괴롭혔습니다. 때마침 민구 형이 나타났습니다. 지우가 친구 핑계를 대면서 피시방에 간 걸 후회하자 스스로 원해서 간 것 아니었냐고, 자기 마음을 잘 들여다보라고 했습니다. 또 엄마한테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용서해 주실 거라는 말도요. 민구 형이 지우 손을 잡아끌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아이스크림 가게랑 동네 책방 등 평소엔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지우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파트 단지 앞에 이르자 저 멀리 엄마가 보였습니다. 엄마는 지우를 향해 달리고, 지우도 힘껏 뛰어가 엄마 품에 안겼습니다. 아파트 숲이 빨간 노을빛으로 반짝입니다. 20180928_03_01.jpg 20180928_03_02.jpg 20180928_03_03.jpg 20180928_03_04.jpg 20180928_03_05.jpg 20180928_03_06.jpg 20180928_03_07.jpg

출판사 보도자료

좁은 어깨에 가방을 둘러메고 종일 학교와 학원을 오가던 지우에게 대단한 형이 나타났다! 한 박자 쉬어 가는 마음의 여유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노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흐뭇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 기억이 있지 않으신가요? 아마도 우리 모두 어릴 때 즐겁게 놀아 본 경험 때문일 겁니다. 물론 지금도 노는 것은 즐겁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묘하게도 나이를 먹을수록 노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슬슬 입시교육의 중압감에 발을 들여놓아야 합니다. 어쩌면 그보다 먼저일 수도 있고요. 오죽하면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가 저학년 어린이에게 “놀 수 있을 때 놀아 둬.”라고 이야기했을까요. 이 책은 이 한마디에서 출발했습니다. 기막힐 정도로 깜찍하고도 슬픈 말이었거든요. 제목도 "놀 수 있을 때 놀아 둬"라고 하려다 말았습니다. 그렇게 하면 왠지 언젠가는 놀 수 없게 된다는 걸 규정짓는 것 같아서였습니다. 제목에 어린이의 목소리를 담을까, 어른의 목소리를 담을까도 고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신나게 놀고 싶다는 둥, 학원 좀 쉬었다 가겠다는 둥 어린이의 목소리를 담아 보려고 하다가 결국 빡빡한 일상에 지친 어린이들의 마음을 먼저 다독여 주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놀면서 해도 돼』라고요. 내리 놀기만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잠시 쉼표를 품고 가겠다는데 그것마저 안 된다고 하면 정말 안 될 것 같습니다. 균형을 아는 사회, 행복을 미루지 않는 사회에서 크는 어린이 언젠가부터 ‘워라밸’이라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을 찾자는 말인데, 일만 하다 지쳐서 퇴근 후 나의 삶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사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우리는 생활의 기반을 마련하고, 배움을 얻고, 즐거움도 얻습니다. 하지만 일만 하다 지쳐 버리면, 우리 사회를 발전시킬 창의와 혁신의 에너지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얻고 의사결정 과정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속담이 뜻하는 것처럼, 공부만 하고 놀지 않는 아이는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공부나 일, 그밖에 여러 가지 것들에서 성취감을 얻었을 때 행복을 느낍니다. 스스로 노력해서 무언가를 이루어 내는 경험은 아주 중요하지요. 하지만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 등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놀았던 때를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성적, 좋은 학교, 좋은 직업을 얻으려면 지금 노는 것 따위는 참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했던 기억은 또 다른 행복을 만들어 내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요? 어떤 목표와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미룬 아이들이 미래에 행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지금도 행복하고, 나중에도 행복할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행복을 가꾸어 나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 봅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소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지금은 다양한 기법으로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 <내가 찾은 암행어사>, <꼬물꼬물 세균대왕 미생물이 지구를 지켜요>, <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 걸 그랬어!>, <인어는 기름 바다에서도 숨을 쉴 수 있나요?>, 애니메이션 공익광고 <독감마왕>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