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보도자료
숨은 이야기를 살짝 들춰보는 재미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언제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래서 어른들보다 이야기를 더 잘 찾아낸다. 대수롭지 않은 장면과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즐거울 만한 이야깃거리를 찾아내고 즐기는 힘이 어린이들에게 있다. 또한 어린이들은 지극히 평범함 소재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빨리 눈치챈다.
김정옥 시인의 동시집 ‘고래를 만날 거야’는 평범한 소재, 일상의 영역을 살짝 들추어 그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고, 맘껏 즐기는 어린이의 마음을 담았다. 시인은 고양이 발자국이나 물에 잠긴 버드나무 이파리, 바닷가에 만난 소라 껍데기 같은 소재에 숨어 있을 법한 이야기를 들춰낸다. 풀밭에 떨어진 낡은 셔틀콕에 숨어 있는 새들의 비밀을 찾아내는 어린이, 쌓여 있는 상자와 상자 사이에서 속이 꽉 찬 이야기를 만나는 아이도 있다.
처마 끝에 / 달아 놓은 / 시 // 구름이 / 못 보고 / 그냥 가자 // 바람이 / 얼른 일어나 / 읽어 준다.
- ‘풍경 소리’ 전문
처마 끝에 달린 풍경이 내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해낸 이 작품은 흘려듣고 마는 소리를 ‘시’라는 낱말 속에 담아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구름도 바람도 조연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는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어린이들이 발견해내는 이야기들은 다소 엉뚱하고 소소한 상상력과 맞물릴 때가 많다. 그 상상력은 이야기에 재미를 더해, 어린이 독자들의 시선을 묶어둔다.
어젯밤에 고구마 밭을 망친/ 범인이 잡혔대 // 이번에도 / 멧돼지가 범인이래. // 산토끼 발자국 / 고라니가 지우고 // 고라니 발자국 / 멧돼지가 지운 걸 // 봉춘 아재가 / 못 밝혀낸 거지.
- ‘쫌 억울했겠다’ 전문
농작물 피해의 주범으로 항상 등장하는 멧돼지를 보고 어린이들은 작은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멧돼지만 그런 게 아닌데, 혼자 뒤집어 썼을 지도 모른다는 상상. 그래서 고라니와 산토끼가 이야기에 등장하고, 멧돼지의 억울한 이야기가 완성된다. 이것이 동심이다.
김정옥 시인이 만들어낸 이야기들, 어린이의 상상력들은 한결 같이 따뜻하다. 억지스럽지 않고, 과격하지도 않고, 부정적이지도 않다. 마치 ‘따뜻한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어야 동심이다’는 주장이 들어있는 것처럼 시인의 이야기에 스며있는 온기는 한결같다. 추운 겨울 방학, 어린이들과 함께 읽을만한 좋은 동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