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의미하는 한자 ‘미(米)’를 풀어 보면, 팔십팔(八十八)이 됩니다. 쌀 한 톨이 밥상에 오르기까지는 여든여덟 번 농부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1년 365일, 봄부터 한겨울까지 철 따라 정성껏 볍씨를 고르고, 뿌리고, 키우고, 거두는 농부의 땀과 정성! 그리고 그 귀한 쌀이 밥상에 오르기까지는 또 다른 많은 이의 노력이 깃들이지요.
『할머니의 지청구』는 할머니의 꾸지람을 따라 벼를 심어 가꾸고 거두는 벼농사 과정을 보고, 듣고, 느끼는 아이의 재미난 상상을 담아낸 아름다운 시 그림책입니다. 일상의 감흥을 시로 절묘하게 옮기는 공광규 시인은, 밥 한 그릇에 담긴 커다란 수고와 정성, 그 고마움을 시로 재치 있게 표현했습니다. 절기마다 쉴 새 없이 펼쳐지는 농사 이야기를 풍성한 색감과 섬세한 드로잉으로 촘촘히 펼쳐낸 환상적 그림이 시에 힘을 더했습니다. 연두에서 황금빛으로 알알이 여무는 탐스러운 벼가 자연의 생명력을 생생히 전달합니다.
“밥알 하나 버리면 죄가 일곱 근 반이여!” 밥알을 남길 때마다 할머니는 늘 지청구합니다. 무엇이 그리 큰 죄일까요? 볍씨에 싹 틔우고, 모판에 뿌리고, 모심고, 김매고… 쌀 한 톨 한 톨에는 벼를 정성으로 키워낸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보며 우리가 늘 먹는 밥 한 그릇에 담긴 어마어마한 땀방울을 헤아리다 보면, 쌀의 소중함과 자연이 주는 고마움을 절로 느끼게 됩니다. 또한 여러 사람의 노력과 정성으로 이어진 우리 사회의 모습과 관계, 그 속에서의 삶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그를 통해 나아가 나를, 너를, 그리고 우리를 서로 조금 더 이해하고 사랑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