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던 아이가 옹알 거리고 목을 가누며 이빨이 나고 기어 다니기 시작합니다.
단추를 끼워 옷을 입혀주고 손을 잡으며 한걸음 걷기 시작했을 때의 설렘은 잊을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그 사이 아버지는 걷다가 넘어져 병원 신세를 지고 부축해 드려야 계단을 오르내리시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첫 단추를 못끼어 어색한 옷매음새를 만져주어야 할 때가 생겼습니다.
나른한 오후 햇살을 품은 어느 날 안방 장롱에 기대어 꾸벅꾸벅 조는 아버지의 모습이 낯설었습니다. 한평생 숨 가쁘게 살아온 힘겨움은 잠시 내려놓은 채 삶에서 한 발자국 빗겨나신 모습에, 훌쩍 늙으신 아버지가 이제 아이가 되어가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늘 바삐 걸으시던 아버지의 걸음이 점점 느려지고, 이빨이 하나 둘 빠지셨습니다. 외출을 할 때면, 턱수염과 손톱을 깍아드리고 아버지 옷을 매만져 드립니다. 이제 아버지에게도 누군가의 손길이필요한 때가 왔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만 합니다.
출판사 보도자료
이제 아버지가 되어 아이를 바라보듯, 나의 아버지를 바라보는 작은 일상들을 그림책 한 권에 담았습니다.
기계를 움직이게 하고, 짐을 나르던 남자의 손은 작은 생명을 안으며 아뻐지의 손이 되어갑니다. 음식을 만들고, 쓸고 닦고,점점 메말라가고 투박해 지는 아버지의 '커다른 손' <커다란 손>을 통해 아버지의 애특한 사랑과 따듯한 마음을 나눠봅니다.
1974년에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뻔뻔한 가족전’과 볼로냐아동도서전 ‘젊은그림책작가연대’부스에 참여했으며 전시와 공연 등 적극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 만화책 『여름이네 육아일기』, 『아버지 돌아오다』와 그림책 『나는 괴물이다』, 『우리집에 배추흰나비가 살아요』, 『헤엄치는 집』, 『거북아, 뭐하니?』을 냈다. 제20회 창비 좋은어린이책 기획부문 우수상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