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보도자료
내 마음을 알아주는 존재
그들이 건네는 따듯한 온기
사물과 사람의 온기를 찾아 시를 쓰는 백민주 시인이 어린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동시집을 냈습니다. 시 속에는 기꺼이 다정한 마음 한 켠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졸업식 날 당번이 된 아이는 모두 떠난 자리에 남아 마지막 청소를 하고(「당번」), 아기가 생기지 않아 슬퍼하는 이모에게 자신의 언어로 위로하기도 합니다(「아기는 준비 중」). 엄마를 잃은 엄마를 품에 안는 가슴이 넓은 아이도 있지요(「엄마와 딸」).
다정한 사람들이 건네는 위로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할머니는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라고 생각하는 아이의 등을 가만히 쓸어주고(「할머니가 바늘을 꺼내 들었다」), 마음이 힘들어 상담실을 찾아온 학생에게 선생님은 모든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말, “정말 속상했겠구나!”(「정말 속상했겠구나」)를 건넵니다. 학교에서 오랜 시간 아이들을 봐 온 시인은 작은 바늘과 실을 꺼내 상처받아 찢어져버린 아이들의 마음을 세심한 손길로 기워줍니다.
할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들썩이는 어깨와 등을 쓸었다.
가스러운 그 손이 너무 따듯해서
펑펑 울었다.
니 어릴 적에 심한 장난 하다가
바지에 구멍 나고 양말에 구멍 나면
감쪽같이 꿰매 주던 것 기억 안 나나?
할매가 니 구멍 난 마음 하나
못 꿰맬 줄 아나?
걱정 마라.
새것같이 꿰매 줄끼다. _「할머니가 바늘을 꺼내 들었다」전문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세상을 보는 넓고 깊은 눈
빛, 꽃, 비, 풀, 밭, 사람, 가족. 눈을 뜨면 마주할 수 있는 세상을 시인은 아까운 시선으로 마주합니다. 매번 손자를 위해 고봉밥을 퍼 주는 할머니는 “차 맥힐 낀데 얼른 올라가그라”라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눈으로 바라보는 것조차 아까워하지요.(「할머니가 말하는 법」) 처음 학교에 간 평생학교 할머니들은 아이들에게는 지겹기만 한 수업시간을 아까워하며 지각도, 결석도 하지 말자고 손을 꼭 걸고 약속합니다. (「평생학교」) 심지어 요양원 창문으로 들어오는 한 장의 햇볕도 그냥 놀리기 아까워 이리 덮고, 저리 덮지요. (「햇볕 한 장」)
할머니의 눈으로 본 세상은 언제나 고맙고, 미안하고, 너무나 아깝고 소중합니다. 가장 늙은 눈으로 세상을 보지만, 어느 때보다 순수하고 맑은 시선을 가진 할머니들은 아이들을 더 넓고 깊은 세상으로 손짓해 부릅니다.
요양원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 한 장
손수건인 양 무릎에 얹어 놓고
할머니는 자꾸
창밖 공터에 내려앉는 햇볕을 아까워했다.
뭐라도 내어 말리지.
아까운 볕을 놀리네.
저 귀한 볕을 한평생 공짜로 썼으니
고맙게 잘 살다 간다며
햇볕 한 장을
무릎에 덮었다 머리에 덮었다 했다. _「햇볕 한 장」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