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보도자료
얼결에 시작한 거짓말이 뭉게뭉게 피어나다
아이가 자랄 때 보면 유별나게 거짓말을 잘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능청을 떨 때도 있고, 뭔가 자기가 얻어내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눈치 보면서 말을 빙 돌려가며 거짓말을 할 때도 있습니다. 어디서 이런 기상천외한 거짓말을 터득한 걸까 깜짝 놀랄 때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떻게 거짓말을 터득해서 하는 걸까요?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은 두세 살 무렵 처음으로 거짓말을 시작해요. 네다섯 살쯤에는 수시로 거짓말을 하며 갈수록 거짓말이 늘다가 일곱 살쯤 되면 엄청난 뻥쟁이 시절이 끝나요.”
_《거짓말에 대한 모든 것》 중에서
믿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거짓말을 배우는 건 좋은 일이라고 합니다. 거짓말은 지능과도 관련 있고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도 됩니다. 거짓말을 하려면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내야 할뿐더러 진짜가 뭔지도 계속 기억해야 하니까요.
그림책 《진짜 진짜 거짓말 아니야!》에도 세상에서 제일가는 거짓말쟁이가 나옵니다. 한 여자아이가 미술 학원에 새로 온 남자아이를 공원에서 만나 친한 척해 보려고 시작한 작은 거짓말이 발단이었습니다. 그 거짓말이 점점 불어나고 불어나서 엄청나게 일이 커지자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귀여운 ‘뻥쟁이’ 꼬마 아이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보통 거짓말의 결말은 뉘우침, 반성 등으로 귀결됩니다. 그런데 이 아이의 거짓말은 어떻게 될까요? 네다섯 살 아이가 직접 그린 듯한 순진한 그림체에 거짓말이라는 이야기가 덧붙여진 깜찍하고 귀여운 그림책입니다.
무지 크고 힘도 세고 방귀 소리도 천둥 같은 강아지 콜라를 소개할게
일명 ‘나나’(이 아이 이름이 진짜 나나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거짓말일지도 모르니까요.)는 공원에서 만난 남자아이가 데리고 온 하얀 강아지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남자아이와 강아지를 졸졸 따라다닙니다. 나나가 쫓아다닌다는 걸 눈치챈 남자아이가 “너 왜 자꾸 나 따라다니냐?”고 말을 건넵니다. 나나는 “너 따라다닌 거 아니거든. 너네 강아지랑 노는 건데!”라고 말을 돌립니다. 강아지에게 관심을 보여서 그런가 남자아이는 경계심을 풀고 다시 물어봅니다. “너도 강아지 좋아해?” 여자아이는 “당연하지.”라고 하며 자기도 강아지를 키운다고 덜컥 말해 버립니다. 그러자 남자아이는 천진하게 강아지 이름이 뭐냐고 묻습니다. 나나는 그때 마침 발밑에 굴러다니는 콜라 캔을 보고 “코 올 라?”라고 답합니다.
콜라는 어떻게 생겼어? 하고 물었을 때는 공원에 있는 목마보다 훨씬 크다고 말하고, 콜라는 뭘 제일 좋아해? 하고 물으니 공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축구공을 뻥 차면 나무 위에도 올릴 수 있을 만큼 콜라는 크고 힘 센 강아지랍니다. 남자아이는 “거짓말!”이라고 외칩니다. 그러자 나나는 한 술 더 떠서 콜라의 꼬리는 복슬복슬하고 엄청 길어서 매일매일 고무줄로 묶고 다닌다고 하고, 짖는 소리는 얼마나 우렁찬지 컹컹 짖으면 현관문이 활짝 열린다고 말합니다. 나나의 거짓말은 거품처럼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릅니다. 남자아이는 “거짓말하지 마!”라고 하면서도 나나의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방귀 소리도 끝내줘서 콜라가 방귀 한번 뀌면 엄마 아빠가 다 기절한다고 합니다. 어이가 없어 웃음밖에 안 나오지만 이쯤 듣고 보니 남자아이는 콜라를 정말 꼭 보고 싶어집니다. 그러자 여자아이가 대범하게 말합니다. “얼른 보러 가자! 손잡아, 뛰어가게!”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니었지만 남자아이와 말도 많이 주고받아서 일단 나나는 기분이 좋습니다. 손잡고 동네 길을 여기저기 함께 가는데 초록초록한 자연이 가득해서 그 여정 또한 나나에겐 정말 기분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손잡고 지구 끝까지 갈 수는 없지 않을까요?
나나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대책 없이 마구 거짓말을 늘어놓기는 했지만 없는 강아지 콜라를 어떻게 보여 줄 수 있단 말인가요. 점점 진땀이 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더 갈 수는 없고, ‘엄마야!’를 외치고 싶으나 도와줄 엄마도 곁에 없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나나는 가던 길을 멈춰 “저기 있다. 콜라!”를 외쳐 봅니다. 남자아이는 “어디? 어디?” 하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봅니다. 그때 얼굴이 발그레해진 나나는 머리핀을 불쑥 뽑아서 남자아이 손 위에 올려놓습니다. “이거 내가 제일 아끼는 거야.”라고 말하며 저만치 도망을 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말을 잊지 않습니다. “나 너 좋아해. 이건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거짓말 아니야!”
정말 하고 싶었던 한마디를 하기 위한 거짓말
나나는 미술 학원에서 봤을 때부터 남자아이에게 관심이 있었습니다. 대뜸 고백할 수는 없어서 여태 있지도 않은 강아지를 얼토당토않게 만들어 내며 ‘아무말 대잔치’를 했던 것입니다.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마지막 그 한마디입니다. “사실은 나 너 좋아해.” 어린아이라도 그런 말을 용기 있게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강아지 이야기로 무궁무진한 거짓말을 늘어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다시 찬찬히 보면 지금까지 늘어놓은 강아지 콜라의 특성은 어쩌면 나나의 성격을 에둘러 말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콜라처럼 공도 좋아하고, 사랑스럽고, 말귀도 잘 알아듣고, 콜라처럼 친절하여 ‘좋은 친구’가 될 거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아이들은 ‘좋은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엉뚱한 거짓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다행히 나나의 거짓말은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귀여운 수준입니다. 친구에게 한 발짝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얼떨결에 튀어나온 거짓말. 어쩌면 남자아이도 어느 순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나나가 말하는 콜라라는 강아지는 이 세상에 없는 강아지라는 것을. 그럼에도 나나를 따라간 것은 나나의 이야기가 웃기고 재미있어서였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나와 친구가 될 의향이 조금은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뒷면지에서 에필로그처럼 그려지는 이야기를 보면 둘은 이미 친구가 되었고, 남자아이의 하얀 강아지 ‘뽀삐’도 알고 보니 자기 강아지가 아니었습니다. 할머니가 키우는 강아지였지만 마치 자기 강아지인 듯 시침 떼고 나나의 이야기를 들어준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단절되어 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또는 스마트폰이나 게임의 세계 속에 빠져드는 아이들에게 ‘친구’ 사귀기란 점점 더 어려워진 숙제가 되어갑니다. 수많은 동화나 그림책이 ‘관계’와 ‘사귀기’ ‘사회성 기르기’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수만 가지 갈래의 이야기를 반복해도 ‘친구’와 ‘관계 맺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 와중에 조영글 작가의 깜찍하고 귀여운 그림책 《진짜 진짜 거짓말 아니야!》 는 친구 맺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또는 이성 친구에게 어떻게 말 걸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슬쩍 윙크하듯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왠지 속고 싶은 거짓말’을 들어주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함께 이 책을 읽어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