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데콧 상 수상 작가 유리 슐레비츠의 환상적인 빛의 예술이 담긴 그림책 해 질 녘에서 화려한 불빛 축제로 이어지는 도시 풍경 이야기 “다양한 겨울 축제의 밝은 빛은, 해 질 녘이 낮의 끝일지라도, 기억에 남을 만한 밤의 시작임을 보여 준다.”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유리 슐레비츠는 대도시 불빛의 반짝이는 매력뿐만 아니라, 마법 같은 황혼 풍경을 우아하게 표현했다.” -커커스 리뷰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빛의 축제.” -혼북 ★ 낮의 끝과 밤의 시작이 맞닿은 겨울 시간의 풍경 누구나 하루가 지나가는 건 아쉽다. 특히 낮이 짧고 밤이 긴 겨울에는 말이다. 《겨울 해 질 녘》에 나오는 아이도 같은 마음이다. 개를 데리고 수염 할아버지와 함께 산책을 나선 아이는 강가에 이르러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말한다. “슬퍼요. 또 하루가 갔어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결한 글과 섬세한 그림으로 표현하는 그림책의 대가 유리 슐레비츠는 이번 작품 《겨울 해 질 녘》에서 겨울의 시간 풍경을 환상적으로 그려냈다. 붉게 타오르는 해가 푸른 강물을 물들이고, 그 붉은 빛이 오렌지빛, 노란빛으로 변하며 도시에 드리워지는 과정을 세밀하게 포착하여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해 질 녘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정말로 하루가 슬픈 감정으로 마무리된다면 얼마나 아쉬울까? 차가운 공기가 코끝에 닿을 듯한 겨울밤이 찾아오고, 하늘의 푸른 기운과 노을의 붉은 빛이 사라지면서 잿빛 어둠이 도시에 내려앉는다. 하지만 도시의 밤은 어둠으로 끝나지 않는다. 도시가 불을 켜고, 불빛으로 밝아지면서 낮과 같은 밤이 새롭게 시작되기 때문이다.
★ 도시의 빛, 루미나리에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 겨울, 특히 연말에는 긴긴 밤 시간을 화려하게 밝히는 조명들로 도시가 반짝인다. 그림책의 전반부에서 자연의 빛이 이루어내는 해 질 녘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졌다면, 후반부에서는 도시의 가로등과 장식 조명으로 빛나는 장관이 펼쳐진다. 가로등에 불이 하나 켜진다. 유난히 따뜻하고 아늑해 보이는 가로등 불빛은 마치 핀 조명처럼 아이와 수염 할아버지와 개를 내리비춘다. 저 건너편 건물의 창문 하나에도 불이 켜진다. 마치 도시의 화려한 밤이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탄 같다. 다음 장면에서는 길가에 줄지어 선 가로등에 빛이 하나둘 들어오고, 창문마다 불이 켜진다. 그다음부터는 아름답고 화려한 장식 조명들이 거리를 환히 밝히고, 자동차 전조등과 신호등도 도시를 밝히는 데 한몫한다. 앞에서 하루가 가는 걸 아쉬워했던 아이는 이내 도시의 불빛에 매료되어 즐겁게 감상하며 이렇게 외친다. “대낮처럼 환해요!” 건물을 장식하는 조명,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는 조명, 가게 쇼윈도를 장식하는 조명, 집 안을 장식하는 조명까지, 겨울밤을 밝히는 데 총동원된 조명은 빛의 축제, 즉 루미나리에를 연상하게 한다. 직접 밖에 나가 반짝반짝 빛나는 조명들을 본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집 안에서도 이 책 한 권으로 충분히 빛의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영롱하면서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빛의 향연을…….
★ 작가의 경험이 녹아든 다양한 인종과 축제의 모습을 담은 그림책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가족들, 또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풍경을 상상하게 된다. 다 같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고, 선물을 주고받고, 노래하며 축제를 즐기는 이 시간은 어느 때보다 가슴 설레고 기쁨이 넘친다. 이처럼 겨울에 크리스마스가 있다는 건 모든 이들에게 축복과도 같다. 『겨울 해 질 녘』에서도 도시의 거리를 누비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힘차 보인다. 장난감 가게로, 선물 가게로, 극장으로, 집으로, 저마다 향하는 곳은 다르겠지만, 크리스마스 축제에 다들 들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스카프를 두른 신사, 모자 쓴 아주머니, 은퇴한 곡예사, 자타플랫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 등장해 연극 대사를 읊조리듯 축제의 즐거움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한편 무르익은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로 나온 아이들도 있다. 아홉 개의 촛대를 들고 행진하는 아이들은 유대인의 빛의 축제인 ‘하누카’를 보여 주고, 검정과 초록이 섞인 옷을 입고 일곱 개의 촛대를 든 아이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만든 ‘콴자’ 축제를 나타낸다. 이렇게 다양한 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도시는 과연 어디일까? 그림 속 표지판에 나오는 그리니치빌리지를 통해 뉴욕 풍경을 그린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유리 슐레비츠가 뉴욕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니, 그의 뉴욕 생활 경험담이 담긴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시적인 글과 풍부하고 화려한 색감으로 도시의 겨울 풍경을 매력적으로 그린 이 작품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더없이 따뜻한 그림책이 될 것이다.
Uri Shulevitz (유리 슐레비츠)
깊은 가을날 새벽에 그리는 시 Uri Shulevitz
서늘한 비 냄새가 가득한 아침, 소녀는 굳이 창 밖을 쳐다보지 않아도 비가 내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잠시 후 약간은 녹녹한 느낌이 드는 다락방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누워있는 고양이에게 말을 건넨다. 아이는 지붕 위로 후드득 떨어지는 빗줄기에서 멀리 산이나 들에게 비가 내리는 모양새를 상상하여 말하고, 바다까지 생각이 미치자 바닷물이 부풀어올라 하늘로 녹아드는 광경이 눈에 선하다. 유리 슐레비츠의 작품에는 글로는 설명할 수 없는 명상과 사색이 있다. 사실 그의 저작을 처음 보는 이들은 정적이면서도 이상적인 글과 그림을 서양작가가 그려냈다고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보면 볼수록 유리 슐레비츠의 작품과 삶이 궁금해진다.
(글 : 노수정기자_월간일러스트 www.illusthouse.com 발췌)
1935년 폴란드의 바르샤바에 살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곧 1939년 독일군이 폴란드를 침공하였고 그의 가족은 기나긴 피난길에 오른다. 당시 머물렀던 프랑스에서 만화를 보며 그림에 대한 꿈을 키우던 슐레비츠는 전쟁이 끝나자 가족을 따라 이스라엘로 이주하고 그는 야간 예술 학교에서 그림을 배운다. 군복무를 모두 마친 1947년 뉴욕으로 건너와 브루클린 뮤지엄 아트 스쿨에서 수업을 들은 후 얼아 뒤 전화를 받으면서 낙서한 것이 스타일로 정착되어 본격적으로 그림책 작업을 시작한다. 그의 작품은 동양적인 이미지와 정적인 글로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전쟁이 남긴 것
유리 슐레비츠는 1935년 2월 7일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태인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1939년에 세계 제2차 대전이 발발했고, 그가 네 살이었을 때 독일군이 폴란드를 공격했다. 그때부터 슐레이츠 가족은 전 유럽을 떠돌며 힘겨운 피난 생활을 시작했고, 슐레비츠는 친구들과 뛰어놀 나이에 전쟁을 몸으로 겪었다. 그의 가족은 나치를 피해 8년 정도를 유럽에서 떠돌다 1947년 프랑스 파리에 정착했는데 그 시절 그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오래된 서점에서 보는 그림책과 만화였다. 그는 어둡고 조용한 서점에 주저앉아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현실과 다른 세계에 빠져들었고, 이는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는 종종 친구들과 만화책을 만들어 돌려보며 즐거워했고, 가끔 그림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일은 누구나 겪는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이고 그가 그림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의 격려와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윽고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던 전쟁도 끝이 나고 그의 가족은 1949년 유태인들의 조국 이스라엘로 향한다. 그러나 슐레비츠는 학업을 계속하기엔 너무나 어려웠던 집안 사정으로 고무도장장이의 도제를 거쳐 페인트공, 목수를 전전하다가 가족이 어느 정도 안정된 자리를 잡아갈 무렵인 1952년부터 키부츠에서 살면서 텔아비브 야간 예술학교에 다녔다. 여기에서 디자인과 회화를 배울 수 있었고 선생님의 추천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교육대학에 해당하는 티쳐스 인스티튜트에 입학하여 문학, 해부학, 생물학 등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 입대해서는 잡지에 일러스트레이션을 연재했었고, 제대를 한 스물 두살 무렵에는 넓은 세계에서 꿈을 펼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한다. 여기에서 브루클린 뮤지엄 아트 스쿨에서 입학허가를 받고 59년부터 61년까지 일러스트레이션 수업을 들었다. 그 당시 그는 유태계 그림책 같은 일을 맡아 프리랜서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클라이언트의 주문대로 그림을 그려야 해서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끊임없는 노력과 결실
1961년 일러스트레이터 동료였던 헬렌 웨이스와 결혼 한 슐레비츠는 자신의 스타일을 보다 잘 나타낼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화를 받으며 낙서를 하였는데 나중에 그 낙서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것은 그토록 고민하여 찾던 스타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스타일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새로 만들어 출판사에 다니며 홍보를 시작했다. 그런 과정에서 알게 된 편집자가 하퍼앤로우 사의 수잔 허쉬만이었다. 그녀는 긍게 글과 그림을 모두 작업해 보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슐레비츠는 혼란스러웠다. 미국에 온 지 불과 4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것과 자신에게 문학적인 재능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편집자는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며 책이 나오기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완성된 책이
Works
폴란드에서 태어나 프랑스와 이스라엘에서 자란 그가 영어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데 실패가 있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든 책이 지금은 서른 권이 넘는다. 그 중에는 69년 칼데콧 메달을 받은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와 하늘을 나는 배>(아서래섬글)을 비롯해서 80년 칼데콧 아너에 뽑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