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간질간질 미끌미끌!? 목욕하기 진짜진짜 귀찮아! 아이는 바깥에서 신나게 마음껏 뛰어놀아요. 물웅덩이에서 폴짝거리고요, 모래 장난도 빠질 수 없지요. 온 힘을 다해 사방으로 뛰어논 아이는 기운이 쪽 빠져 집으로 왔습니다. 그렇다면 맨 먼저 할 일은 무엇일까요? 맞아요, 바로 목욕부터 해야겠지요. 온몸 구석구석 때가 타고 모래도 잔뜩 붙어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아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곧바로 소파에 풀썩 누워 버리는 거였습니다. 엄마가 어서 씻으라고 해도 아이는 소파에 딱 붙어 버렸습니다. 끝내는 엄마의 엄청난 잔소리 랩이 시작되었지요. 그제야 아이는 목욕탕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목욕하기가 정말 귀찮다고 하던 이 친구, 이번엔 진짜 목욕을 할까요?
어라? 간질간질, 자꾸 말을 거네 보통 씻기 싫어하는 친구들이 그러하듯 우리 주인공 친구도 눈 깜박할 사이에 목욕을 끝내고 맙니다. 어? 근데 갑자기 몸이 말을 걸어요. 간질간질. ‘잠깐? 끝이 아닐 텐데.’ 하는 것만 같은 거예요. 그제야 기억이 났어요. 점심시간에 나온 카레에 머리카락을 담가 버렸거든요. 하는 수 없이 샴푸로 머리를 감고 있는 친구에게, 이번엔 또 몸의 다른 구석에서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아요. 아이는 하는 수 없이 한 번 더 씻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그게 끝이 아니었던 거 있죠. 몸 곳곳에서 이어서 또, 또,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거예요. 목욕하기가 귀찮다고 하던 이 친구, 오늘 안에 목욕탕에서 나갈 수는 있는 걸까요? 비단 ‘목욕’에 대한 것일까? 지은이 언주 작가는 첫 작품 《톡》에서 여러 색채와 그 표현 기법에 대한 이야기를 펼쳤습니다. 그 안에는 그들을 제외한 암시적 메시지들이 숨어 있지요. 《구석구석 사랑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더 흘렀기에 첫 작품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아냈을 것입니다. 이 책을 가벼이 한 번만 본다면 그저 목욕하기 싫어하는 아이의 이야기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책뿐 아닌 여타 매체처럼, 어떤 작품이든 되풀이해 보면 볼수록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듯 새로운 의미나 메시지들을 알아보게 되는 법이지요.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벌어진 참사, COVID19. 그로부터 3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막 서너 살이 된 아이들에게, 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요? 아이들은, 외출은 자주 하면 안 되는 것이고, 나들이를 하더라도 반드시 마스크를 해야 한다고 압니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일상이니까요. 지은이 언주 작가는 누구보다 바로 그런 친구들에게 이 책을 보여 주고 싶었을 겁니다. 본래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고, 마스크를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다만 그와 함께 ‘청결, 위생’을 위해 꼭꼭 구석구석 내 몸을 씻겨 줘야 한다고 말이지요. 책을 만드는 긴 여정에서, ‘구석구석 사랑해’라는 제목은 맨 처음부터 늘 같았습니다. 그렇게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구석구석, 스스로의 몸을 아끼고 사랑해 주라고 말이지요. 우리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발랄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이 책은, 목욕을 싫어하는 아이들과 몸은 다 커 버렸으나 여전히 아이처럼 씻는 걸 싫어하는 어른들에게도 넉넉히 매력이 넘쳐나는 책입니다.
생각하고 만들고 그리는 걸 좋아합니다. 생각이 깊어질 때 떠오르는 이야기 중,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그림책으로 하나하나 풀어 내고 싶습니다. 첫 번째 책을 펼칠 수 있게 도와준 아이니와 가족들에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