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보도자료
어린이가 펴낸 그림책 10번째인 <사과 한 개>는 불과 10여 쪽의 그림으로 한권의 그림책을 완결한 매우 간결하고 함축적인 작품입니다. 별다른 이야기가 아닌 듯 스치고 지나치려는 순간 그 단순한 문장 속에 담긴 철학적 함의를 찾아 골똘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특히나 대부분의 그림책이 골몰하는 주인공의 유니크함이라든가 결말의 반전이나 드라마틱한 사건의 구성이 이 책에는 없습니다. 결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 캐릭터가 있기 보다는 어쩌면 등장하는 모든 대상이 각각 주인공이고 또 조연이 되며 하나하나가 일화가 됩니다. 이렇듯 이야기는 흘러가는데 그 어떤 의도된 목표가 없어 오히려 각각의 시각, 관점, 태도가 도드라지게 되는 독특한 매력을 <사과 한 개>는 불러일으킵니다.
신문기사에서 여러 말보다 사진 한 장의 힘이 크듯 그림책에서는 글 이상으로 그림이 기여하는 몫이 상당합니다. 그러하기에 그림책의 그림은 작가가 보는 시선이고 가리키는 손짓이며 다가서는 발걸음이 됩니다. <사과 한 개>의 각 장면에 드리워진 색과 형상은 마치 중국의 명말청초 팔대산인, 석도 등의 문인화에서 보여지는 거침없는 필치와 과감한 형과 색과 닮아 있습니다. 나아가 방유빈 작가가 그려내는 간결하고 함축적인 묘사는 치장이나 군더더기를 멀리하는 미니멀하고 소소함을 지향하는 현대 예술가의 태도와도 닮아 있습니다.
그림책 <사과 한 개>에는 애벌레, 나비, 개미, 아이 등등의 여러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사과 한 개를 공평하게 나누자든가, 어떤 대상에게 양보하자는 합리적 제안은 없습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즈음 그 누구에게도 독점되거나 소유되지 않은 <사과 한 개>가 어떻게 여럿의 삶 속에서 향유되고 존재되어 가는지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때 우리에게 그 각각의 개체가 짊어진 삶 자체에 집중하게 되고 그 경건함에 고개 숙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