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고향 봄 동산은 꽃으로 지은 대궐 같습니다.
마당에 봄볕이 가득합니다. 복숭아꽃, 살구꽃, 배꽃, 사과꽃이 어우러져 핀 산모롱이에서 누나와 마주쳤습니다. 누나한테서도 바람한테서도 꽃향기가 납니다. 냇가 수양버들 나뭇잎이 바람에 춤을 출 때, 아이들은 채로 물고기를 잡으며, 풀잎 배를 만들며 놉니다. 은행나무 잎이 노란빛으로 물들어 갈 때, 싸리골에 살던 원이네는 읍내 큰 집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이 가고 봄이 왓습니다. 원이는 초등학교 1학년 3반이 되고, 누나는 3학년이 되었습니다. 지금쯤 싸리골에는 산수유나무에 꽃이 가득 피었을 것입니다. 분홍 진달래 꽃동산도 눈앞에 훤히 그려졌지요. 그해 가을, 엄마를 따라 장에 갔다가 친구 송이를 만납니다. 송이는 볼이 통통해지고, 키도 컸지요.
“아버지, 우리 언제 싸리골에 가요?” 싸리골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바꿔 타야 합니다. 버스 길을 따라 복숭아꽃, 살구꽃이 환하게 핀, 꿈에도 그리던 꽃 대궐을 향해 달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