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목소리’. 목소리가 어떻게 색깔을 띨 수 있단 말인가? 논픽션 그림책치고는 특히 서정적인 제목이다. 하지만 그만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내용을 전하는 것이 인간이 아니라 의인화된 식물이기 때문이다. 종래의 식물 백과사전 같은 책이 인간의 시점에서 식물을 관찰한 내용을 기술하는 방식이었다면, 이 책은 수동적 관찰 대상이었던 식물이 능동적 화자로 입장을 역전하여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주인공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다. 어린아이 한 명은 너끈히 올라갈 만큼 커다란 수련, 다른 나무를 천천히 에워싸서 죽이는 암살자 같은 나무, 말라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기를 열 차례도 넘게 거듭한 풀, 세월이 흐를수록 나무줄기를 무지개색으로 치장하는 나무……. 판타지 소설에나 등장할 만한 설정이지만 모두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지구상에 실존하는 식물이다.
이레네 페나치는 1989년 이탈리아 루고에서 태어나 볼로냐 국립미술원에서 일러스트를 전공하고, 독일 함부르크 응용과학 대학(HAW)에서도 공부했습니다. 현재 이탈리아와 해외 여러 출판사들과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첫 번째 그림책 《정원에서 만나는 세상》은 2018년 프랑스에서 첫 출간되었고, 2019년 이탈리아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2020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어너리스트에 선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