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기의 달인’ 두 아이는 각양각색의 물건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말랑한 쿠션도, 뾰족한 우산도, 내 몸보다 큰 침대와 냉장고도 문제없다. 탑 쌓기에 집중한 아이들에게는 비둘기 기자의 질문이 잘 들리지 않는다. 탑을 쌓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는 비둘기 기자의 궁금증은 탑이 높아질수록 커지지만, 소용없다. 사실 아이들에게는 어떤 이유도 목적도 없기 때문이다.
노인경 작가는 아이들의 이 빛나는 놀이 본능을 포착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열린’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순간의 즐거움에 몰입하는 놀이 과정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곧 성취이다.
어른이 되어 갈수록 점점 무언가에 매이고 매달리며, 매일매일 구축해 온 각자의 굳건한 세계를 쉽게 배반할 수 없어지지만 이렇게 ‘무너뜨리고 다시 쌓았던’ 경험들이 모여 나의 어떤 하루를, 시야를, 지평을 넓히는 일을 두렵지 않게 해 줄 것이다. 넘어져도, 망가져도 다시 쌓아 올리면 된다는 것. 이 탑이 무너져야 새로운 탑을 쌓을 수 있다는 것. 어김없이 찾아오는 새날, 새봄처럼 아이들이 자신의 세계를 즐겁게 쌓아 올리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 깊은 응원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nohinkyung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고, 2000년 국제 디지털 아트 페스티벌에서 우수상을, 2002년 서울동화일러스트레이션 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오랫동안 꼼꼼이 자리잡아 쉽게 잊쳐지지 않는 소중한 감정들을 작고 진솔한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어 그림책 작업을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