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프랑스 몽트뢰유 도서전 황금조각상 수상작
2023 프랑스-독일 아동문학상 수상작
2024 첸보추이 국제어린이문학상 수상작
서로를 돌보다
바람이 부는 어느 날, 사화산 분화구에 홀로 사는 라키 앞에 작은 헤클라가 떨어졌습니다. 질서와 고요를 좋아하는 라키에게 헤클라의 출현은 라키의 삶을 온통 엉망으로 만들고 맙니다. 집안의 물건은 망가지고, 엉뚱한 물건들이 온 집안에 즐비하고, 헤클라는 늘 라키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을 하지요. 하지만 라키는 헤클라를 만나기 전이 어땠는지 기억조차 못하게 되었습니다. 라키는 자신의 침대 옆에 헤클라를 위한 작은 침대를 놓고, 매일 밤 작은 목소리로 책을 읽어 줍니다. 그런가하면 헤클라는 어느 날은 조약돌을, 또 어느 날은 꽃을 가져와 라키를 기쁘게 합니다. 둘은 어느새 경계를 풀고 서로를 돌보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작가의 말
돌보는 이와 자라는 이들의 세계는 아름답고 환합니다. 서로 빛을 주고받지요. 서로가 곁에 없어도 주고받은 빛을 손전등 삼아 캄캄한 세상을 헤치고 나아갑니다. 서로가 서로를 돌볼 때 우리는 서로의 빛이 됩니다.
- 마린 슈나이더 (그림책 작가)
함께 자라다
우리는 흔히 나이 많은 사람이 어린 사람을,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돌본다고 생각하지만, 돌본다는 것은 일방적인 행위가 아닙니다. 우리는 상대를 돌보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어리고 약한 부분을 깨닫고, 참고 잠재우는 법을 배우고 그를 통해 성장하지요. 주인공 라키는 헤클라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고, 흘러가는 삶에 대해 철학하고, 함께하는 법을 배우며 정신적으로 성숙해집니다. 물론 헤클라가 라키의 유산을 통해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얼핏 보기에는 마치 양육자와 피양육자의 이야기로 읽힙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임신과 출산으로 소용돌이치는 양육자의 삶과 그 속에서 자라는 아이. 한 가족의 탄생과 그 인생에 관한 이야기지요. 하지만 우리 삶을 양육자와 피양육자로만으로 정의하기에는 무수히 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돌아본다면, 이 이야기의 층위는 무척 풍부하고 다양해집니다. 헤클라와 라키는 작가가 애초에 영감을 받았던 사화산과 활화산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보호자와 반려 동식물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빛이 되다
마린 슈나이더 작가는 돌보고 돌보아지는 존재는 서로 빛을 주고 받는다고 했습니다. 주인공 헤클라는 아일랜드어로 ‘빛’이라는 뜻입니다. 라키의 삶에 헤클라는 즐거운 빛이 되어 주었습니다. 헤클라의 삶에 라키도 앞길을 밝혀주는 존재였지요.
두 주인공의 삶처럼 이 책의 글과 그림도 마찬가지 관계입니다. 그림을 그리다는 뜻의 일러스트레이트(illustrate)는 빛을 밝히다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이 책의 주조색은 태양, 화산을 연상케하는 짙은 주홍색입니다. 담담하고 잔잔한 글에 이 그림은 생명과 에너지를 더하며,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집니다.
라키와 헤클라, 두 존재, 두 개의 세계는 어떻게 변할까요? 끝이 정해진 이야기이지만, 돌봄과 자람에는 끝이 없습니다. 돌고 돌기에 돌봄이니까요.
‘철학하는 아이’는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물음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가는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깊이 있는 시선과 폭넓은 안목으로 작품을 해설한 명사의 한마디가 철학하는 아이를 만듭니다.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LUCA 예술학교에서 전문적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을 배웠고, 2015년 6월 미술 학사 학위 취득 후 현재 그림책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