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백희나의 옛이야기
옛이야기 자아 성장
혹독한 겨울을 지나 눈부신 봄을 맞은 연이의 대여정
백희나의 섬세한 손길로 다시 태어난, 담담하고도 당당한 연이의 이야기
동굴 속에서 만난 따스한 봄날, 연이가 선사하는 희망과 용기의 이야기
“버들 도령, 버들 도령, 연이 나 왔다. 문 열어라.” 우리의 ‘연이’가 돌아왔다. 스토리보울에서 다시 펴내는 백희나 그림책의 마지막은 『연이와 버들 도령』이다. 이 작품은 구전 설화를 백희나의 시선을 통해 재해석한 옛이야기 그림책으로, 주인공 여자아이 연이가 혹독한 고난과 시련을 스스로 이겨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책 속에서 계모를 ‘나이 든 여인’으로 표현하거나 연이와 똑 닮은 버들 도령이 등장하는 등 기존의 편견을 깨고, 다소 인상적이고 파격적으로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또한, 닥종이로 표현한 섬세한 인물 묘사와 실제 설산을 배경으로 한 촬영, 한국화 기법의 무대 장치까지, 한 편의 영화적 장면 연출이 돋보이는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책이다.
정성을 다해 만든 곱디고운 《연이와 버들 도령》
세상에, 다시 펴낸 《연이와 버들 도령》은 참으로 곱디곱다. 정성스러운 만듦새와 화사하고 따듯한 색채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의 판형은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이고, 이전 판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 표지에 새로 추가되었다. 진달래꽃 만발한 봄날의 핑크빛 재킷과 한겨울 눈꽃 내리는 깊은 겨울 숲을 배경으로 한 커버에는 연이가 각각 다른 거리에서 담담하면서도 우직하게 서 있다. 본문에는 불에 타들어 가는 실감 나는 페이지도 추가되었으며, 고급 종이와 인쇄, 잉크의 질을 한껏 높여 작가가 의도한 깊이와 풍부한 색채감이 그대로 재현되었다.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역동적이고 생생한 경험을 선사한다.
온 힘을 그러모아 무거운 돌문을 열어 봄을 맞은 연이처럼, 담담하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에게 마침내 따스한 봄날이 찾아오기를…
“분명 바깥은 한겨울인데, 동굴 안은 따스한 봄날이었어.
햇살은 눈부시고, 꽃이 만발하고, 나비가 날고, 새가 지저귀고….”
세상에, 혹시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옛날 옛날에 연이라는 어린 여자애가 있었대. 연이는 나이 든 여인과 같이 살았어. 추운 겨울날이었어. 갑자기 나이 든 여인이 상추를 뜯어 오라고 했어. 한겨울에 상추를 어디서 구해? 연이는 무작정 열심히 눈밭을 헤매 다녔어. 마침, 커다란 나무 밑에 작은 굴이 있는 거야. 연이는 그리로 살살 비집고 들어갔어. 좁은 길 끝에는 돌문이 있었어. 돌문은 너무나 무거웠지. 이대로 있다가는 얼어 죽겠거든. 연이는 남은 힘을 모두 그러모아 돌문을 밀었어. 세상에, 혹시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분명 바깥은 한겨울인데, 동굴 안은 따스한 봄날이었어. 극락이 있다면 이런 곳일까? 연이가 멍하니 서 있는데, 저쪽 작은 집에서 이쁜 도령 하나가 걸어 나왔어. 연이는 상추를 구해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따뜻한 봄을 선사하고 싶었다. 마치 연이가 혹독한 겨울을 지나 동굴 속에서 찬란한 봄을 맞이하는 것처럼….” _백희나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baekheena
2020 아스트리드린드그렌 메모리얼 어워드 상 수상
백희나는 독특한 상상력과 입체 일러스트로 대표되는 작가이다. 그녀는 2005년 볼로냐 국제도서전 픽션 부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며 더욱 유명해지게 되었지만, 그녀의 작품 『구름빵』은 이미 그녀의 재능을 바탕으로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구름빵』은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던 구름에 대한 공상을 이야기로 풀어내어 유년시절의 즐거웠던 상상을 떠오르게 한다. 가족들을 기본 모태로 고양이가 가져온 구름으로 만든 빵을 먹는 사람은 모두 두둥실 떠오르게 된다는 소동을 다루어 어른들의 추억과 아이들의 상상 모두를 자극한다.
무엇보다도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입체 일러스트가 가지고 있는 창의성과 따스함이다. 기존의 그림과 달리 종이라는 질감으로 느껴지는 인물인형들과 이들이 입고 있는 헝겊 옷, 그리고 모두 소품으로 이루어진 배경은 정겹고 따뜻한 감정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그녀의 또 다른 작품인 『팥죽 할멈과 호랑이』 역시 한지 인형을 통해 그려냄으로써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던 이야기를 또 다른 느낌으로 새롭게 이끌어내었다. 백희나가 가진 가족과 정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은 그녀의 이야기에도, 그림에도 스며들어 작품을 읽는 이로 하여금 따뜻함이 느껴지도록 하고 있다. h22na@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