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는 시청각장애인입니다. 사람들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송이가 늘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세상과 차단되어 있으니 세상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일들, 신기한 일들, 시끄러운 일들을 알지 못할 거라고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송이는 늘 다채로운 빛 속에 있습니다. 자유로움을 느낄 때는 파랑,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빨강이나 노랑이 되지요. 그래서 송이의 오빠는 송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동생이 보고 듣지 못하긴 해요. 그건 굉장히 드문 일이죠. 하지만 송이의 변신은 아주 흔해요.”
그러던 어느 날 밥을 먹던 중, 집에 전기가 나갔습니다. 정전이 되었으니 가족 모두의 세상이 까망입니다. 갑자기 어둠을 마주한 가족들은 어떻게 행동을 했을까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볼 수 있었을까요? 어둠 속의 송이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요?
이 책의 표지는 보라색입니다. 보라색은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여 만들어진 색이지만, 우리는 보라색을 ‘빨간파란색’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보라색은 빨간색과도, 파란색과도 다른 색이기 때문입니다. 시청각장애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의미에서 보라색은 시청각장애인을 설명하는 색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시청각장애인은 시각 손상과 청각 손상을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이지만 두 기능이 모두 손상되었기에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생활 속 불편을 겪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렇듯 잘 알려지지 않은 시청각장애인의 삶에 대해 알리고 싶었다는 김희철 작가는, 오히려 책 속에서 송이의 장애를 부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작가가 전하려던 이야기는 보고 듣지 못하는 송이의 ‘장애’가 아니라 송이의 ‘변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내 동생은 보고 듣지 못해요.”가 아니라 “내 동생은 색깔이 변해요.”로 시작하게 됩니다. 글을 쓴 김희철 작가는 이렇듯 어떤 시선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하고 밝은 송이를 자유롭게 표현했고, 그림을 그린 전명진 작가는 화려하고 고운 색들로 송이가 가진 화사함을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으로 그려 냈습니다.
송이가 느끼는 세상을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송이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송이가 사는 세상을 보지 못합니다.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은 말합니다. 너희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다고. 그것은 송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눈앞의 광경에만 몰입하여 곁에 있는 풍경을 놓칠 수 있습니다. 내가 듣는 소리에만 집중해서 작은 소리들을 듣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송이는 다른 세계에 있습니다. 송이는 어떤 색도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떤 소리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송이는 전혀 새로운 색, 아무도 표현한 적 없고 아무도 본 적 없는 색이 될 수 있습니다. 송이의 세계는 무한하고 다채롭습니다.
SI그림책학교에서 그림책 만들기를 배우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배우고 있는 불교 그림의 전통적인 색감을 이용해 우리 고유의 놀이를 새롭게 풀어내려고 합니다. ‘제 4회 앤서니 브라운 & 한나 바르톨린 그림책 공모전’에서 수상한 《달집태우기》는 처음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