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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 교실 문틈에 떨어져 있는 반지를 보았어요. 아침에 미라가 이모가 사 줬다고 자랑한 유리 반지였지요. 순간 나는 갖고 싶단 마음이 불쑥 들었어요. 아무도 안 보는 걸 확인하고, 조심스레 무릎을 굽히고 앉아 슬쩍 반지를 주어 주머니에 넣었지요. 길을 걸어가는데 가슴이 쿵쿵 뛰었어요. 누가 알고 말을 걸까 봐 무서웠어요. 거리에서는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게 꼭 나를 두고 말하는 것만 같았어요. 그날 밤엔 무서운 꿈도 꾸었지요. 이러다 아플 것만 같아요. 나는 어떡해야 할까요? 〈훔치다〉는 친구의 물건인 걸 알면서도 갖고 싶은 욕심에 몰래 챙겼다가, 죄책감에 빠지는 아이의 심정을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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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보도자료

기획 의도

 

〈훔치다〉는 제 경험을 토대로 쓴 참회록 같은 글이에요.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 도둑질이었답니다. 그때 제가 느꼈던 '양심의 무게'가 두고두고 제게 방향타 역할을 해 주었지요. - 윤여림 작가 -

 

● 나의 행동을 늘 지켜보는, 내 안의 양심!

 

다른 사람의 눈과 귀는 때때로 나의 생각과 행동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끕니다. 흔히 눈치를 본다고 하지요. 이런 모습이 심할 경우 나의 자존감은 크게 떨어집니다. 하지만 ‘눈치’를 살피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나의 생각이나 행동이 잘못되었을 때, 우리는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눈과 귀가 나의 나쁜 행동을 방지해 주기도 하지요. 〈훔치다〉의 주인공은 수업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문틈에 낀 친구의 반지를 보았습니다. 주인공 말고는 아무도 보는 이가 없었지요. 만약 누군가 함께 보았거나, 주인공이 반지를 줍는 모습을 보는 친구가 있으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주인공은 그 자리에서 친구를 향해 “여기 반지가 떨어져 있어!” 하고 크게 소리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주인공을 보는 친구가 없었어요. 주인공은 나쁜 욕심이 불쑥 들었고, 반지를 몰래 숨겼습니다. 그런데, 반지를 갖게 된 주인공은 행복하지 않았지요. 오히려 불안감과 걱정만 커졌습니다. 〈훔치다〉는 어느 날 뜻하지 않게 반지를 훔친 아이의 모습을 통해 독자에게 이야기합니다. 나의 생각과 행동을 늘 지켜보는 내 안의 양심이 있다고요. 그렇기에 우리는 다른 사람의 눈과 귀를 의식하기 이전에, 스스로에게 떳떳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주인공의 불안한 마음을 재미있게 표현한, 다의어와 동음이의어

 

〈훔치다〉에서 주인공은 친구의 반지를 몰래 주운 뒤, 스스로 잘못된 행동임을 알기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참 재밌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꿀떡이 꿀떡〉, 〈항아리 산 너머 훌쩍 넘어〉, 〈이 상한 도서관장의 이상한 도서관〉 등 우리말을 활용한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구성한 윤여림 작가가 ‘훔치다’는 다의어와 동음이의어를 활용해서 주인공의 심리를 나타냈지요. 주인공이 거리를 지나갈 때 ‘마음을 훔치다’, ‘야구 선수가 베이스를 훔치다’, ‘더러운 유리창을 훔치다’ 등등 다양한 뜻을 가진 ‘훔치다’를 사람들이 말합니다. 그때마다 주인공은 깜짝깜짝 놀라지요. 아무도 주인공의 주머니에 반지가 들어있는 걸 모르지만, 주인공은 불안하고 불편합니다. 겨우 집에 돌아왔는데, 사정을 모르는 엄마가 주인공을 붙잡고 말합니다. “왜 그렇게 땀을 훔치니?” 하고요. 주인공의 심리를 이해하고 있는 독자들은 스스로 혼쭐 나는 주인공의 모습에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훔치다’는 여러 표현을 통해 자연스레 다의어와 동음이의어의 개념을 이해하게 되지요. 독자는 〈훔치다〉를 통해 이야기에 공감하고, 낱말의 뜻과 표현의 다양성을 이해하며 어휘력을 키울 것입니다.

 

* 다의어: 두 가지 이상의 뜻을 가진 단어

* 동음이의어: 소리는 같으나 뜻이 다른 단어

 

● 아이들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

 

〈훔치다〉의 앞면지를 보면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마다 물건에 노란색이 칠해져 있습니다. 누구는 모자, 누구는 책가방, 안경, 신발, 머리핀 등 다양하지요. 이것은 김고은 작가가 아이마다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들을 색깔로 표현한 것으로, 우리는 누구나 가치 있게 여기는 물건이 있고, 그것은 서로 다 다르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깟 반지쯤이야 하고 나는 하찮게 여길지라도, 상대방에겐 너무나 아끼는 소중한 물건일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렇기에 남의 물건은 내가 함부로 가치를 매겨서 욕심내거나, 몰래 갖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본문에서는 반지를 훔친 뒤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아이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나타냅니다. 쿵쿵쿵 점차 움츠러들다가 머리가 사라지는 주인공의 모습, 반지가 든 주머니에서 절대로 손을 빼지 않는 모습, 집에 와 어두운 색깔의 커튼을 치고 웅크린 모습, 거대해진 반지에 묻은 선명한 지문과 그것을 닦아내려고 애쓰는 모습, 주인공의 두 팔이 반지에 빠지는 모습 등 굳이 글로 설명하지 않아도 주인공의 마음이 어떤지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끝나는 뒷면지에는 사물에 색이 들어간 앞면지와 달리 아이들의 얼굴에 색이 들어가고, 그 색들이 서로서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내 마음이 당당하고 가치 있을 때, 상대와 어우러지고 환경이 눈에 밝게 들어오며 행복해짐을 색으로써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소개

어렸을 때 엄마와 아빠가 싸우면 그 사이에 끼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누가 나 좀 꺼내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요. 그런데 살아 보니 다들 어딘가에, 어느 사이에 끼어 당황하고 때론 힘들지만 또 그러면서 어울려 살아가는 거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고 싶었어요.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한 뒤 독일에 가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독일의 작은 마을에 살면서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일어날까, 말까?』, 『딸꾹』, 『우리 가족 납치 사건』, 『눈 행성』, 『조금은 이상한 여행』 등이 있고, 『비벼, 비벼! 비빔밥』, 『소리로 만나는 우리 몸 이야기』, 『엄마의 걱정 공장』, 『수상한 칭찬통장』, 『거인이 제일 좋아하는 맛』, 『3점 반장』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 보는 거랑 옛날 집 보는 거랑 고양이나 강아지랑 노는 걸 좋아해요. 쓰고 그린 책으로 《끼인 날》 《우리 가족 납치 사건》 《공이의 조금은 이상한 여행》 《눈 행성》이 있으며, 그린 책으로 《말하는 일기장》 《수상한 칭찬 통장》 《백 점 먹는 햄스터》 《콩알 아이》 《급식 먹고 슈퍼스타》 등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