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아이가 오줌을 싸고, 거실은 빨래와 설거지로 어질러져 있다. 바닥엔 아이스크림이 녹아 말라붙어 있고, 둘째가 울음을 터뜨리자 첫째까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칭얼댄다. 겨우 달래려다 그만 짜증을 쏟아내고, 남편의 무심한 말에 마음이 무너져 버린 엄마. 이불 속에 몸을 숨기고 한숨을 쉬다, 아이의 작은 손길에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엄마의 뺨을 어루만지는 아이, 방긋 웃으며 “엄마”라고 부르는 아기, 그리고 품 안에 꼭 안긴 아이들의 숨결 속에서 엄마는 깨닫는다. 그래, 나는 엄마다. 《난 엄마다》 그림책은 지치고 힘든 하루 속에서도 아이들의 웃음과 손길이 다시금 엄마를 일으켜 세우는 이야기다. 봉숭아꽃이 지고 난 자리에 새 씨앗이 맺히듯, 엄마라는 자리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며 더 단단해지고, 더 사랑하게 되는 자리임을 고요히 전해 준다.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끝끝내 피어나는 사랑의 빛, 나를 잃어가며 또다시 나를 찾게 되는 엄마의 시간을 담아낸 이 그림책은 엄마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가슴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준다.
고단한 하루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아이들
엄마의 하루는 시작부터 끝까지 숨 가쁘게 이어진다. 아이가 깨어 오줌을 싸고, 좁은 거실에는 빨래가 산처럼 쌓여 있다. 바닥에는 아이스크림 자국이 끈적이게 남아 있고, 둘째가 울음을 터뜨리자 첫째까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칭얼댄다. 아이들의 울음과 남편의 무심한 말에 결국 엄마의 마음은 무너져 내리고, 방 안으로 숨어든다. 하지만 옆에 다가온 아이의 작은 손이 엄마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고, “엄마”라고 부르며 방긋 웃는 아기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엄마의 마음속에 꺼져 가던 불씨가 다시금 타오른다. 엄마는 깨닫는다. 그래, 난 엄마다. 이렇게 《난 엄마다》 그림책은 지친 몸과 무거운 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숨결과 손길 속에서 피어나는 엄마의 사랑을 그려 내고 있다. 고단한 하루하루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바로 아이들의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나를 잃고서야 비로소 찾게 되는 엄마라는 자리
아이를 안고서 엄마가 된 순간부터, 여성은 자신의 이름을 서서히 내려놓게 된다. 온종일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며, 하고 싶은 말과 감정을 삼키고, 아이와 집안일에 자신을 바친다. 때로는 자신이 사라져 버린 듯한 외로움에 울음을 터뜨리고,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진다. 그림책 속의 엄마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고통의 끝자락에서, 엄마는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한다. 아이의 손길에 닦이는 눈물 속에서, “엄마”라 부르며 웃어 주는 아이의 목소리 속에서, 엄마는 다시금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 엄마라는 자리는 자신을 지우는 듯하면서도, 사실은 더 깊고 넓게 자신을 만들어 가게 한다는 것을. 봉숭아꽃이 피고 지면서 다시 씨앗을 맺듯, 엄마라는 이름 또한 지우고 다시 쓰는 과정을 거쳐 다시 단단해짐을. 《난 엄마다》 그림책은 엄마가 된다는 것이 나를 잃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욱 단단히 찾게 되는 길임을 조용히 전한다. 이렇게 세상의 엄마들은 모두 아이를 품에 안고, 자신을 품에 안은 채, 오늘을 살아간다.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jungin_choi_loves
홍익대학교에서 판화를 공부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지금도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린 책으로 《벤은 나와 조금 달라요》, 《제닝스는 꼴지가 아니야》, 《제이넵의 비밀 편지》, 《우리 아빠는 백수건달》, 《교환일기》, 《울어도 괜찮아》, 《말풍선 거울》, 《바리공주》, 《왕의 어린 왕비》,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