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왕을 만난 건 몇 해 전 공립도서관 식당에서였다.
특이하게도 당시 도서관 라면에는 삶은 달걀 한 개를 얹어주었다.
달걀왕은 배식 받은 라면을 식탁에 내려놓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부스럭부스럭 달걀 주머니를 꺼냈다.
달걀 주머니는 커다란 비닐 위생팩으로 껍질을 깐 뽀얗고 말랑말랑한 삶은 달걀이 여럿 들어있었다.
그중 다섯 개 정도를 라면에 담았다. 이미 한 개가 있으니 도합 여섯이 되었다.
달걀왕은 마치 노른자들에게 세상을 보여주려는 듯 모두 반으로 갈라 노른자를 하늘로 향하게 정렬해 놓았다.
이 동작은 아주 세심하고 섬세했다.
이제 라면그릇은 거의 모두가 노랗고 하얀 달걀들로 채워졌다.
계속 주시하는 것이 실례란 생각에 내 배식판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궁금한 나머지 달걀왕쪽으로 다시 고개가 돌아갔다.
엇! 그런데
불과 10초도 안된 것 같은데 그 많던 달걀들이 사라진 것이다.
헛것이라도 본 듯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도 보지 못한바 식당은 한없이 평온했다.
그 후로 여러 번 식당을 찾았지만 단 한 번도 달걀왕을 다시 볼 수는 없었다.
얼마 후 달걀왕이 달걀을 마주할 때의 눈빛과 달걀의 속삭임에 대한 귀 기울임 그리고 단단한 껍질을 깰 용기를 붇돋는 든든한 연대감이 떠올랐다. 그리고 노른자에게 세상을 보여줄 때와 그동안 함께 했던 달걀을 입 안에 넣을 때 달걀왕이 얼마나 행복할지 떠올랐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이런 달걀왕들이 여럿 존재함을 깨달았다.
이 책을 세상 곳곳의 달걀왕께 바친다.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지금 그 꿈을 좇아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린다. 작품으로는 『내동생 삐옥이』, 『혼자 집 보긴 무서워』, 『그게 아냐』 등이 있다. 아이들의 표정을 담은 자유로운 선과 맑은 감성을 살린 유쾌하면서도 정감 어린 그림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