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삶이 펼쳐지는 순간을 그린다. 『모모』의 작가 미하엘 엔데가 1988년 독일에서 발표한 그림책으로, 전 세계 14개 언어로 번역되며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유한한 시간과 죽음이라는 그림자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삶의 의미를 사유하는 작품이다. 프리드리히 헤헬만의 그림은 현실과 초현실을 오가며 서사의 여운을 확장한다.
연극을 사랑했지만 무대에 서지 못한 오필리아는 주인 없는 그림자들과 함께 새로운 공연을 시작한다. 희극과 비극, 외로움과 공허함을 끌어안은 이 여정은 빛을 떠받치는 어둠의 가치를 말한다. 환상 문학의 거장이 남긴 철학적 비유는 삶의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무대를 조용히 비춘다.
미하엘 엔데의 예술가적 재능으로 살린, 환상적인 작품
엔데의 작품 세계는『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에서 놀랍도록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도시 문명의 발달 속에서 밀려나는 주인공 오필리아의 연극 인생이 그림자의 어두운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환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는 작가 자신이 연극학교를 졸업하고 배우로 활동한 경험이 녹아 있기도 하다.
흔히 그림자는 '분신'이란 뜻으로 풀이되기도 하고, '육체의 부정' 아니면'또 하나의 자아'나 '영혼'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런 그림자를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에서 내세운 것은 엔데가 인식하는 세계가 외로움, 어둠, 늙음과 죽음 등 부정적 세계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엔데는 부정을 초월하여 진정한 삶의 값어치가 무엇인지 깨닫게 하면서 늙어 가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우리 아이들이 아름답고 따뜻하게 느낄 수 있도록 이야기를 끌어간다. 무엇보다 엔데의 작품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동화책이다.『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역시 동화적인 구조 속에 이야기를 풀어놓아 아이와 어른이 공감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이런 이야기 전개를 더욱 신비롭게 받쳐 주는 그림 또한 기적과 신비로 가득 차 있다. 특히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하여 펼친 면으로 보여 주는 그림은 이야기의 특색을 더욱 환상적으로 살려 주고 있다.
프리드리히 헤헬만(1948~2024)은 독일의 대표적인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빈 미술아카데미에서 수학하며 환상적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한 독보적인 화풍을 구축했습니다. 미하엘 엔데의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을 비롯한 여러 문학 작품의 그림을 맡았으며, 섬세한 빛과 어둠의 대비, 몽환적이고 시적인 연출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