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절대 안 돼!』 후속작
기린을 반려동물로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나와 다른 게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친구는 그런 거니까 서로 반씩 다가가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반려동물 모임이 있는 나무 위 오두막에서 모임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비가 내린다. 기린은 오두막에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친구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기린이 내 반려동물이라면?
기린이 반려동물이면 신나고 즐거울까? 마냥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기린을 반려동물로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서로 비슷한 것보다 다른 게 많기 때문이다. 아이는 수프를 고르는데 기린은 샐러드를 고르고, 아이가 진흙 웅덩이에서 뛰는 동안 기린은 그 옆에서 멍하니 딴 곳을 쳐다볼 뿐이다. 그리고 같은 곳에 같은 시간까지 함께 가야 할 때면 아이는 종종걸음을 치지만 기린은 긴 다리로 느릿느릿 간다. 친구는 원래 그러는 거니까 서로 반씩 다가가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반려동물 모임이 열릴 나무 위 오두막에서 모임 준비를 하고 있을 때이다. 아이가 문에 안내판을 매다는 동안 기린은 밖에서 창문으로 오두막 안을 들여다본다. 나무 위로 올라와 오두막에 들어오기에는 너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따뜻한 햇살과 맛있는 샐러드가 있는 밖을 더 좋아하기도 한다. 혼자 밖에 있는 것을 불평하지 않는 기린이지만 좋아하지 않는 게 딱 하나 있다. 바로 비이다. 그때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친구는 비 맞는 친구를 밖에 내버려두지 않는다며 아이는 우산을 들고 나뭇가지 위에 올라선다. 둘은 같이 비를 피할 수 있을까?
친구란 무엇일까?
겉모습이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던 『코끼리는 절대 안 돼!』 후속 작품인 『기린도 절대 안 돼?』는 친구란 무엇인지, 우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나와는 좀 다르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소중한 친구가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불러일으킬 이야기이다.
『기린도 절대 안 돼?』에는 여자아이와 기린이 겪는 여러 문제가 나온다. 누구도 서로 완벽히 똑같을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을 닮았다.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똑같은 입장은 아니기에, 우리는 친구와 무언가를 함께할 때 서로를 위해 자기 것을 조금 포기하고 상대에게 조금 더 다가간다. 하지만 간혹 내가 반만큼도 가지 못하거나, 친구가 반의 반도 와 주지 못할 수 있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서운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친구이니까, 내가 친구가 있는 곳으로 완전히 다가가 주면 어떨까? 그렇게 다가가 보면 친구가 왜 나에게 다가오지 못했는지 그 사정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저울처럼 딱 맞아떨어지게, 하나의 손해도 없이 친구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까? 그런 관계를 진정한 친구 사이라고 볼 수 있을까? 『기린도 절대 안 돼?』를 읽고 나는 누군가에게 얼마나 다가가 주었는지 생각해 보자.
『코끼리는 절대 안 돼!』에 이어 또 다른 포용을 이야기하는 그림책
『기린도 절대 안 돼?』는 주인공 아이와 반려동물인 기린이 겪는 사건 속에 친구 관계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를 자연스레 녹인 작품이다. 생긴 것부터 모든 것이 다른 둘의 관계를 둘 사이의 거리와 지점으로 비유해 직관적으로 표현한 리사 맨체프의 글이 독자로 하여금 저마다의 친구 관계를 대입해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뉴욕 타임스 베스트 일러스트레이션 아동도서상, 에즈라 잭 키츠 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 어린이 독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유태은 작가의 포근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그림이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이끈다. 커커스 리뷰는 이 책에 대해 “단순히 ‘모두 환영’이라는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접근의 장벽을 제거하는 일이 선의에 머무른 환영을 어떻게 실천으로 이어진 진정한 포용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진정한 포용을 떠받치는 다층적인 노력이 무엇인지,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풀어낸 작품”이라고 이야기한다. 『코끼리는 절대 안 돼!』만큼 아름다운 글과 메시지로 아무 조건 없이 친구에게 기꺼이 다가가는 넓은 마음을 그린 그림책 『기린도 절대 안 돼?』를 만나 보자.
교과 연계
(누리과정) 의사소통 - 책과 이야기 즐기기, 사회관계 - 더불어 생활하기
1-2 국어 가 ④ 감동을 나누어요, 1-2 이야기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yooillustration
미국 뉴욕 브루클린 모건(Morgan) 전철역 인근의 한 5층짜리 회색 건물. 한때 공장으로 사용됐던 이곳은 작업실로 개조돼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의 예술가들이 작품세계를 펼쳐가는 데 이용되고 있다. 226호의 한국 그림책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유태은(34)씨도 그 예술가들 중 한 사람이다. 바로 이곳에서 그에게 미국 일러스트레이터 협회 신인상, 에즈라 잭 키즈 상, 뉴욕 타임스 우수 그림책상 등을 안겨준 작품들이 탄생했다. “동양화밖에 몰랐던 제가, 한국 이외의 땅에서 단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던 제가 미국 뉴욕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이런 상까지 받게 될 줄 어찌 알았겠어요?” 유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처음 그림과 인연을 맺었다. 선화예중·선화예고를 거쳐 홍익대 미대에 진학한 어느 날 문득 순수 미술이 아닌 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 뒤 우연히 찾은 이탈리아 ‘볼로냐 칠드런스 북페어(Bologna Children’s Book Fair)’에서 그는 일러스트레이션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순수 미술은 대중과 소통하는 창구가 갤러리로 제한된 반면 일러스트레이션은 책을 통해 대중과 더 가깝고 자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죠.” 대학 졸업 뒤 2년간의 유학 준비를 거쳐 미국 SVA(School of Visual Art)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석사 과정을 밟았다. 수줍음 많고 영어에 자신도 없었던 유씨였지만 ‘아웃사이더만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놀아도 학교에서 놀고, 한국인 커뮤니티는 일부러 찾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성격까지 바뀌어 있었다”고 했다. 대학 재학 중 틈틈이 준비한 포트폴리오로 졸업 전부터 여러 출판사의 문을 두드린 덕분에 졸업 작품인 『작은 빨간 물고기(The little red fish)』를 졸업 1년 만인 2007년 책으로 출간할 수 있었다. 그림은 물론 글도 직접 썼다. SVA에서 들었던 작문 강좌를 십분 활용했다. 이 책은 한국·호주·일본·스페인에서 차례로 번역돼 출판됐다. 그는 이 책으로 미국 일러스트레이션 협회가 주는 신인상(Founder’s Awards)을 수상했다. 이후 매년 꼭 한 권씩 책을 내 현재 다섯 번째 책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은 세 번째 책 『마녀만이 날 수 있어요(Only a witch can fly)』. ‘핼러윈 데이에 마녀 복장으로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꼬마 숙녀가 환상 속에서 꼬마 마녀가 되어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오른다’는 내용을 뒷받침하는 환상적인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지난해 11월 뉴욕 타임스 선정 10대 ‘우수 그림책(New York Times best illustrated children’s book award)’으로 선정됐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서양 작가들과 달리 늘 여백의 미를 살리고, 또 할아버지나 조카 등 지인들을 모델로 삼아 그런 것 같다”는 게 유씨의 설명.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미국에서 ‘한국에서 온 그림책 작가’라는 소개를 받을 때마다 짜릿해요. 외국인들이 부르기 어려워하는 ‘Taeeun(태은)’이라는 이름을 바꾸지 않는 것도 제가 어디서 온 것인지 늘 기억하고 싶어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