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이 멋진 집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호박 집』은 누덕 할매가 어느 날 산모롱이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호박을 발견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매’라는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팔팔하고 에너지 넘치는 누덕 할매는 다짜고짜 호박에 들러붙더니 쾅쾅 망치질을 하고 슥슥 도끼로 껍질을 벗기고, 푹푹 호박 껍질을 있는 힘껏 파내며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한다. 온종일 꼬박 일한 끝에 늙은 호박은 멋진 집이 된다. 누덕 할매는 멈추지 않고 호박씨들을 남김없이 모아 하얀 울타리로 만든다.
이 그림책은 호박이 집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 주며 아이들에게 웃음과 놀라움을 선사하다. 힘이 없을 것 같은 할머니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구현해 내는 모습에서는 의외성과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리듬감 있는 문장과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
이 책은 유치, 저학년 아이들에게 다양하고 재미있는 의성어, 의태어를 알려준다. 지글지글, 바스락바스락, 슥삭슥삭 등 집을 만들 때 나는 크고 작은 소리들, 바글바글, 총총총, 지글지글, 마치 고소한 음식 향이 퍼지는 듯한 재미있고 달콤한 소리들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청각적 즐거움 뒤엔 전통 요리들도 차례로 등장해 눈을 즐겁게 하는데, 음식 만드는 과정이 글과 그림으로 잘 묘사되어 보고 읽는 것만으로도 눈 앞에 호박 요리들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독자들은 동물들이 겨우내 호박 집에서 지낼 만큼 호박 요리들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다양한 호박 요리들에 호기심을 느끼고 만들어 보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
아름다운 사계절이 담겨 있어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담긴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호박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게 해 준 뜨거운 여름, 호박이 황금빛으로 익어가게 해 주는 완연한 가을, 호박 집이 동물들의 따듯한 집과 음식이 될 수 있게 해 준 황량한 겨울, 껍질만 남은 채 사라졌다가 다시 새로운 싹을 틔우게 해 주는 새봄. 지금은 보기 힘든 사계절의 뚜렷한 모습을 아름다운 색감으로 펼쳐 보여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나눔의 즐거움과 이웃 사랑이 가득한 책
처음에 이 책은 호박이 집으로 변모하는, 참신하고 재미있는 그림책 같지만, 그림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나눔과 이웃 사랑’의 미덕을 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왜 누덕 할매가 호박으로 집을 만들었는지도 깨닫게 된다. 어쩌면 한때 유명 요리사였을지도 모를 누덕 할매는 추운 겨울,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든 동물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선물해 주고 싶어서 집을 만든 게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다. 만약 그런 의도라면 ‘세상에서 가장 큰 호박 레스토랑’이라는 제목도 어울릴 수도 있을 듯하다.
혼자 있던 누덕 할매는 동물들과 함께 지내면서 긴 겨울의 외로움을 이겨내고, 동물들은 숲을 헤집고 다니며 먹을 것을 찾는 대신에 친구들과 호박 집에서 편안히 생활한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행복과 안정을 찾는다.
게다가 말없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 줘 이 행복을 가능케 한 ‘호박’의 존재는 독자들에게 두고두고 고마운 자연의 선물로 기억될 것이다.
설치 미술가로 활동하다가 그림책 작가가 되었어요. 지금은 문경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살고 있어요. 어린이들이 제가 그린 그림을 보면서 웃을 수 있기를 바라요. 그림을 그린 책으로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시리즈를 비롯해 《김치 특공대》, 《번개 세수》, 《꿀꺽 쓰레기통》, 《으라차차 달고나 권법》, 《손가락 요괴》, 《몰래몰래 공주님》, 《놀이터의 비밀》 들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