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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우주에 홀로 남겨진 작은 이름, 라이카

1957년 11월 3일, 인류는 처음으로 살아 있는 생명을 우주로 보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위대한 과학의 진보라고 불렀지요. 하지만 그 우주선 안에는,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걸 좋아하던 작은 개 한 마리가 타고 있었습니다. 모스크바의 거리를 떠돌며 살아가던 평범한 들개였습니다. 누구도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던 개였지요.

거리에서 태어난 그 개에게 거리는 집이자 곧 어머니였습니다. 좁은 골목의 냄새와 사람들 목소리, 자동차 소리와 밤공기의 차가운 바람까지 모두 그 아이가 사랑하던 세상이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에게 붙잡힌 개는 낯선 실험실로 끌려갑니다. 사람들은 그제야 ‘라이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동시에 새로운 쓰임도 부여했습니다. 인류 최초의 우주 실험체라는 역할이었지요.


라이카는 차갑고 좁은 공간 안에서 이유도 모른 채 반복되는 훈련을 견뎌야 했습니다.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알지 못한 채 말입니다. 다만 더 이상 자유롭게 골목을 뛰어다닐 수 없고, 좋아하던 밤하늘의 별을 마음껏 바라볼 수 없다는 것만 느낄 뿐이었지요. 그리고 마침내 발사되는 우주선. 인간들은 환호하고 성공을 축하하지만, 우주선을 탄 라이카는 끝없이 펼쳐진 검은 우주 속에서 뜨거운 온도와 몸이 부서질 듯한 진동, 캄캄한 어둠을 홀로 견뎌야 했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말입니다. 『라이카의 산책』은 인류 최초의 우주 탐험 뒤에 가려져 있던 작은 생명의 희생을 조용히 애도하며, 인간의 진보가 무엇 위에 세워져 있었는지를 되묻는 그림책입니다.

알무데나 파노의 그림은 감정을 재현하기보다, 끝내 이해할 수 없는 타자의 슬픔 앞에서 조용히 머뭇거립니다. 라이카의 고통을 쉽게 해석하거나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지 않으려는 듯한 절제된 시선은 오히려 독자에게 더 깊은 슬픔과 책임감을 남깁니다. 이 책의 차가운 여백과 단순화된 화면은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우주 속에 홀로 남겨진 라이카의 공허와 외로움은 더욱 깊게 다가옵니다. 거친 질감 위로 번져가는 어두운 색채와 차가운 우주의 풍경은, 자유를 사랑했던 작은 생명의 슬픔을 오래도록 가슴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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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보도자료

이름을 얻은 순간, 자유를 잃어버린 개

 

라이카는 오랫동안 ‘인류 최초의 우주 생명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역사책 속 위대한 기록보다 먼저, 거대한 과학의 역사 속에서 너무 쉽게 지워져버린 작은 생명의 시간을 천천히 복원해 냅니다. 특히 이 작품은 인간의 진보를 단순히 비난하거나 감동적으로 포장하지 않습니다. 라이카는 자신의 희생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끝내 알지 못한 채 우주로 떠났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끝내 타자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 앞에 우리를 조용히 멈춰 서게 만듭니다.

 

오늘날 우리는 AI와 우주 개발, 생명공학처럼 이전보다 훨씬 거대한 기술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더 멀리 나아가고 있지만, 그 속도만큼 중요한 질문들은 자주 뒤로 밀려나곤 합니다. 『라이카의 산책』은 인간의 발전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진보가 어떤 희생 위에 세워지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말할 수 없었던 존재 라이카의 이야기는, 우주 속으로 사라진 한 생명의 침묵을 통해 오늘의 인간에게 가장 조용하고도 깊은 질문을 건넵니다.

 

함께 읽고, 오래 이야기하게 되는 그림책

 

『라이카의 산책』은 단순히 우주 개발의 역사나 동물의 희생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정답을 가르치기보다, 오래 질문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 왜 인간은 우주를 향해 나아가려 했을까?

· 발전은 언제나 좋은 것일까?

· 과학의 발전에 빠지지 말아야 할 건 무엇일까?

· 인간의 발전을 위해 다른 생명을 희생시켜도 괜찮을까?

· 말할 수 없는 존재의 고통은 누가 기억해야 할까?

 

아이들은 라이카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과학과 생명, 인간과 공존에 대해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됩니다. 특히 이 책은 학교와 가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읽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사회정서학습(SEL), 생명 존중 교육, 환경·윤리 수업, 토론 활동 등과도 깊이 있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라이카의 마음을 상상해 보는 활동부터 인간의 발전과 희생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토론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라이카의 산책』은 과학을 단순히 발전과 성공의 역사로만 바라보지 않게 만듭니다. 우리는 보통 과학을 배울 때 결과와 성취를 중심으로 이해하지만, 이 책은 그 발전 과정 속에 어떤 생명과 윤리의 문제가 있었는지도 함께 생각하게 합니다. 과학과 윤리, 감정과 철학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함께 연결해 바라보게 만드는 경험은 아이들의 사고를 더욱 깊고 넓게 확장시켜 줄 것입니다.

 

특히 AI와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오늘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보 습득만이 아닙니다. 어떤 기술이 옳은지, 인간은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는 힘 역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라이카의 산책』은 바로 그런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그림책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소개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almu_pano

 

스페인 출신인 알무데나 파노는 벨기에 브뤼셀에 거주하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후 광고 업계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브뤼셀 왕립미술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이탈리아 출신 동료인 엘리사 사르토리와 벽화 제작을 위해 예술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두 작가의 작품은 공공장소를 비롯해 상점, 바, 콘서트홀 등 다양한 공간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알무데나 파노의 첫 번째 책인 《조각난 역사(Histoire en morceaux)》는 왈로니-브뤼셀 연방의 ‘최우수 청소년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그녀가 삽화를 그린 벨기에 시인 리제트 롬베의 작품 《아이의 눈높이에서(A hauteur d’enfant)》는 2024년 ‘볼로냐 라가치상’에 선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