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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세상은 온통 이상한 것투성이
동글동글 돌고 돌아 마주한 우리처럼
이상해
바람이 벚나무 가지 위에 앉을 때
꽃봉오리는 떨어뜨리지 않는 게

사색에 잠긴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이상한 것투성이이다. 새끼에게 젖을 물린 고양이의 머리 위에서, 후박나무 잎사귀는 손바닥을 활짝 편다. 바람은 벚나무 가지를 살랑살랑 흔들면서도 꽃봉오리는 떨어뜨리지 않는다. 구름이 넓은 하늘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것도, 망설임 없이 뛰어드는 빗방울을 웅덩이가 선뜻 안아 주는 것도 다 이상하다. 이런저런 이상한 것들을 하나씩 수집하며 하교하는 아이의 느린 발걸음 속엔 호기심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무심코 흘려보냈던 우리 일상의 풍경을 새로운 눈과 마음으로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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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보도자료

 

개미 송충이 말라 버린 지렁이

도토리 돌멩이 병뚜껑

 

울타리 밑 새끼 고양이와 인사하는 단발머리 아이 뒤로 휙, 자전거를 타고 또 다른 아이가 지나간다. 한 명은 느리게, 한 명은 빠르게 자기만의 속도로 등교하는 두 아이 사이엔 여름의 뜨거운 바람이 스며 있다. 친구들이 하교를 서두르는 동안 느긋이 책상에 앉아 바람을 느끼는 아이는 무슨 생각에 빠져 있을까? 이내 교실을 나서서 운동장을 가로지르던 아이의 발 앞에, 보라색 모자 하나가 놓여 있다.

 

우연처럼 또는 운명처럼

어딘가로 굴러가고 이어지는 세상

 

질척한 모래 위에 긴 바퀴 자국과 쓰고 있던 모자를 남기고 간 아이는 어느새 편의점 안이다. 부지런히 집에 들러 챙겨야 할 것들을 챙기고 학원 버스를 기다리며 잠깐의 여유를 즐기는 듯하다. 그때 창밖을 지나가는 아이의 가방에 달려서 흔들거리는, 어딘가 많이 익숙한 보라색 모자가 눈에 들어온다. 눈사람이 녹아야 내년에도 다시 눈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는 운명의 장난처럼, 스쳐 지나갔던 둘은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르게 다시 만난다.

 

일상의 구석구석 숨어 있는

천사의 자리

 

동글동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모든 것들이 당연하게 자리할 때, 잃어버린 모자는 제 주인을 찾고 소나기를 만난 우산은 활짝 웃음 짓는다. 임수현 시인의 따스한 시선은 언제나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천사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순간들 속 비밀을 하나씩 속삭인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웅덩이가 두 팔 벌려 안아 주고, 날아가는 오리의 손을 노을이 잡아 준다는 시인의 표현은 더욱 확장된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일곱 개의 행으로 구성된 짧은 동시가 여러 겹을 품은 그림책으로 새롭게 올 수 있었던 것은 김지혜 화가의 섬세한 해석 덕분이다. 습한 여름날의 공기를 한껏 머금은 마커 그림으로 펼쳐지는 공간들은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마치 우산 속처럼 아늑하고 든든한 상상의 보금자리가 되어 줄 것이다.

 

작가의 말

 

이 책은 동시집 『미지의 아이』에 수록된 시 「천사가 느껴질 때」가 그림책이 되어 새롭게 우리 곁으로 온 작품이에요. 우산은 우산으로 돌아온다고 믿고 있어요. 누구도 젖지 않고 지치지 않게 천사가 우산을 발명했답니다. _임수현(글)

동글동글 굴러가는 세상 속에서 때로는 네모로, 때로는 세모로 빚어지는 순간들을 그려 왔어요. 모든 것은 끝내 제 모습을 찾아가는 걸까요. 아직은 알 수 없는 것들에 이름을 붙이며 시선이 닿는 곳을 따라 거니는 두 아이처럼, 골몰하고, 갸웃거리며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_김지혜(그림)


 

일러스트레이터 소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랐다. 모래사장이 펼쳐진 풍경 속에 메추리, 칠면조, 오리, 양과 염소, 마흔 마리의 토끼들 틈에서 놀았던 기억이 가장 오래 남아 있다. 한국에서는 도예를 전공했다. 오래 고여 있고 작은 걸 크게 부풀려 바라보는 재주가 있다. 지금은 살림과 작업, 그 사이 어딘가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