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갑자기 나랑 안 놀아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스웨덴 그림책의 소중한 듀오 아니카 헤딘과 한나 클린타게의 국내 첫 출간 작품
섬세하게 그려낸 어린이의 미묘한 마음
친구를 사귀고 우정을 가꾸는 일은 아무리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여도 긴장되는 일입니다. 학교생활을 시작한 어린이들은 더욱 그렇지요. 《친구를 기다리던 날》의 주인공은 친구 ‘보딜’이 갑자기 자기와 같이 놀지 않아서 걱정합니다. 주인공은 ‘내가 뭔가 잘못했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친구와 함께 놀기 위해서 내키지 않는 놀이도 하고, 인기 있는 친구를 따라 해 보기도 했지만 그걸로는 소용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늘 무서워했던 큰 바위에서 기다리겠다고 사탕도 있다고 편지를 써서 주지요. 주인공은 사탕 봉지를 들고 바위에 기어 올라가 친구를 기다립니다. 친구가 올까요? 다시 보딜과 놀 수 있을까요?
스웨덴 그림책의 소중한 듀오 아니카 헤딘과 한나 클린타게의 작품이 드디어 한국 독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과 어린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 속에서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림책의 손길을 느껴 보세요.
친구를 사귄다는 것
《친구를 기다리던 날》을 펼치면 그림책 주인공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보딜이 갑자기 나랑 안 놀아. 같이 놀기 싫어진 걸까.” 주인공은 내가 뭔가 잘못했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아, 이런 고민은 누구나 해 보았지요. 어린이도 어른들도요. 지금도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우리 주인공은 새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친구 보딜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주인공은 친구와 놀고 싶어서 무서워도 꾹 참고 좀비 인형도 가지고 놀고, 어색하지만 얼굴을 찌푸리며 웃긴 표정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래도 보딜은 친하게 대해 주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편지를 씁니다. ‘큰 바위에서 놀자. 사탕도 있어.’ 올라가기 무서워했던 큰 바위에 올라가 보딜을 기다리지요. 배가 고파도 추워도 참고서요. 하지만 보딜은 오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깨달았지요. 보딜은 오지 않을 거예요. 바위에서 내려가 돌아가는 길에 보딜을 만납니다. 보딜은 큰 바위에 오고 있었던 걸까요? 보딜이 주인공에서 같이 집에 가서 놀겠냐고 물어보지만 주인공은 고개를 젓습니다. 왜냐면 보딜의 눈은 사탕 봉지를 향해 있었거든요. 주인공은 새모이를 뿌려 놓았던 나무 아래로 갔습니다. 아침에 만났던 파란 모자를 쓴 새도 만났지요. 그리고 거기에서 주인공은 또다른 기쁜 만남을 갖게 됩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존재를 발견하고, 나 또한 그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아끼는 일. 이것이 친구를 사귄다는 것이겠지요. 친구를 사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이것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친구를 얻는 기쁨이 크고, 우정을 쌓는 일이 삶을 얼마나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지 알기에 우리는 사는 동안 좋은 친구를 얻으려고 애씁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좋은 친구를 얻고 멋진 우정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아,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일이지요? 그렇지만 친구는 그렇게 만나야 합니다. 친구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내키지 않는 일을 하기도 하고, 좋은 것을 선물해 보기도 하지만 그런 것으로는 오래 사귈 수 있는 친구를 얻기 어렵습니다. 속을 터놓고 지낼 수도 없지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다른 사람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내게 솔직하게 대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편안하고 정직한 관계를 맺을 수 있지요. 《친구를 기다리던 날》에는 어린이들이 친구와의 관계에서 불안하고 속상해하는 마음이 섬세하게 담겨져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보다 친구가 좋아하는 것을 따르기도 하고, 함께 놀고 싶어서 두려워하던 일을 해 보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우리 주인공은 자신을 잃기 전에 깨닫습니다. 나라는 존재보다 내가 줄 수 있는 것,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는 것을요. 그러고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이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곳으로 갑니다. 새가 깃드는 나무 아래로요. 거기에서 아름다운 새와 눈을 맞추는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자신과 똑같이 새를 관찰하는 친구를 만나지요. 사탕은 그 친구와 함께 나누어 먹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둘은 사탕처럼 달콤한 우정을 가꾸어 가겠지요.
스웨덴 그림책의 보물 같은 듀오가 만든 걸작, 섬세한 마음의 표정을 담은 그림
글을 쓴 아니카 헤딘과 그림을 그린 한나 클린타게는 현재 스웨덴에서 가장 사랑받는 보물 같은 그림책 작가입니다. 아니카 헤딘은 지나치기 쉬운 어린이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깊은 마음으로 읽어내고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글을 씁니다. 아니카 헤딘의 글을 통해 어린이들은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자신의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짚어 볼 수 있지요.
그림을 그린 한나 클린타게는 스웨덴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우구스트상 Augustpriset’ 아동·청소년 도서 부문 올해의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근거리와 원거리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구도를 통해 마음의 풍경까지 담아내는 놀라운 표현력을 보여 줍니다. 《친구를 기다리던 날》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성별을 모호하게 표현하여 친구 관계과 우정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깨닫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소녀든 소년이든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잃지 않고 친구를 사귀는 것, 자기 자신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줄 수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그림입니다. 또한 인물과 배경의 배치를 통해 인물의 심경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첫 장에서 보여지는 넓은 공간의 작은 등장인물들, 바위 위에 올라가서 기다리는 장면에서의 쓸쓸한 풍경, 오기를 부리며 기다리는 장면에서 배경이 사라지고 인물이 크게 보이는 장면, 나무 아래에서 새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때의 아늑한 배경과 새로운 등장인물의 배치들이 그 탁월함을 보여 줍니다. 지나치기 쉬운 감정, 누구나 하는 고민이기에 오히려 흔하다고 가볍게 여겨지는 일을 이토록 섬세한 글과 그림으로 담아낸 두 저자의 작업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지는 그림책입니다. 친구와의 일로 혼자 무릎을 세우고 얼굴을 묻어 본 많은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입니다.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hannaklinthage
스웨덴의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예술공예디자인대학교 콘스트파크 Konstfack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꾸준히 전시회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는 한편, 독립 만화, 애니메이션 작업 등을 통해 예술 세계를 펼치고 있습니다. 섬세하게 이야기의 균형을 잡고, 진지함 속에서도 유머를 담은 독창적인 스타일의 그림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Dom som kallas vuxna 어른이라 불리는 사람들》, 《Det som känns förbjudet 금지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들》, 《Igår 어제》, 《Äckelklubben 지저분 클럽》 들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친구를 기다리던 날》 그림책을 통해 한국 독자를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2023년에 《Vitsippor och pissråttor 바람꽃과 오줌쥐》로 스웨덴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우구스트상 Augustpriset’ 아동·청소년 도서 부문 올해의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