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 근본은 결국 소통을 위한 도구!”
‘고릴라 코딱지’를 계속 외칠 수 있을까?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대화 유도 그림책!
『고릴라 코딱지』는 고릴라가 던지는 질문들에 독자가 웃으면서 대답하고 대화에 참여하는 그림책입니다. 책의 첫 장에서 독자는 어떤 질문을 받아도 반드시 “고릴라 코딱지”라고 대답하겠다고 약속해야 합니다. “아침에 뭐 먹었어?”, “오늘은 어떤 꿈꿨어?” 같은 일상적인 질문부터 “어른이 되면 무엇이 되고 싶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등 점점 진지하고 대답하기 난감해지는 질문까지 다채롭게 펼쳐집니다. 이 그림책의 진가는 부모나 선생님, 또는 육아하는 이들이 어린 독자에게 읽어줄 때 드러납니다. 이 그림책의 문구를 어른이 읽어 주고, 아이가 그것에 까르르 웃으면서 대답하다 보면 읽어 주는 이와 대답하는 아이 간의 벽을 허물고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게 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아이에게 “오늘 학교 어땠어?”라고 물었을 때 “몰라”, “별로” 같은 대답만 돌아와서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릴 적 즐기던 말놀이에서 착안하여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일부러 말하게 만듦으로써 상대의 입을 열게 하는 장치로 이 그림책을 쓰게 되었다고 얘기합니다. 입 밖으로 내뱉기에는 부끄러운 단어일 수 있지만 유쾌하게 “고릴라 코딱지”를 외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굳어버린 마음이 풀리고 대화가 풍성해질 수 있는 책이 될 것입니다.
부끄러운 단어가 대화의 실마리가 되다
이 그림책의 작가 다나카 나오토는 이 그림책을 쓰면서 가장 큰 목표로 ‘대화를 얼마나 재밌게 만들 수 있을까’를 꼽았다고 말했습니다. ‘코딱지’라는 단어는 나이가 들수록 입에 올리기 쑥스러워지지만, 이를 소리 내어 말하게 함으로써 굳어버린 입을 여는 계기가 됩니다. 『고릴라 코딱지』를 읽으면서 그것에 대해서 대답을 절대 안 하겠다고 버티는 아이들의 반응이 있다면 그 또한 재미있는, 함께 웃기 위한 훌륭한 소통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작가는 말합니다. 마음을 열고 서로 더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는 그림책입니다.
텍스트와 그림 사이의 절묘한 거리감
이 책의 그림들은 먹을 갈아 화선지에 그린 것입니다. 사실적인 표현보다는 형태를 단순화하여 독자가 스스로 무게감이나 냄새 같은 것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그림 작가는 말했습니다. 특히 거친 털의 느낌은 주방용 스펀지를 잘라 먹을 묻혀 표현하였고, 그 위에 검은 크레용으로 선을 더해 특유의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그림작가가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고민한 것은 텍스트와 얼마나 거리를 둘 것인가였다고 합니다. 설명처럼 보이는 그림은 재미없을 수 있고, 반대로 텍스트와 동떨어져 있어도 안 된다고 생각해서, 어떤 페이지는 딱 맞아떨어지고, 어떤 페이지는 살짝 어긋나는 균형을 찾는 과정이 즐거웠다고 말하며 독자들도 그러한 재미를 통해 상상하고 더 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재미, 숨겨진 낙관
『고릴라 코딱지』은 물음을 던지고 읽는 이가 대답하는 형태의 그림책입니다. 읽는 독자가 대답하면 이 책의 구석구석에 있는 낙관이 반응을 보입니다. 원서에서도 작가가 독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낙관이 있었고, 한국어판에서도 독자들이 대답하는 말에 대해서 어떨 때는 거리를 두고, 어떨 때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듯한 낙관을 선 보이면서 또 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예를 들어 “주머니 속에 감춘 거 뭐야?”라고 할 때, 읽는 독자는 “고릴라 코딱지”라고 대답하겠죠. 그때 낙관은 ‘쉿’하며, 고릴라 코딱지를 감춘 것을 책도 같이 비밀로 해 주겠다는 반응을 보여 줍니다.
1965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 예술대학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청조하고 참신한 화풍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평범한 아가씨』, 『자유 연구(아기)』, 『할로윈 마법』, 『마법의 숲은 바로 여기에』 등에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