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배 ‘바다의 여왕’과 이름 없는 곰과 여자아이의 특별한 모험
『바다의 여왕』은 작고 초라하고 달라서 인정받지 못하던 존재들이 서로를 만나 의지하며 자기 이름을 되찾아 가는 이야기이다. 곰인데 곰 같지 않은 작고 빼빼 마른 몸으로 태어난 곰, 이름 대신 “얘”라고 불리던 아이, 아무도 타지 않으려는 낡고 지저분한 배. 세 존재의 공통점은 하나, 아무도 이들의 ‘진짜’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림동화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나는 무엇으로 불리며 살아가는가?”라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 질문이 담겨 있다. 아이에게는 신나는 모험담으로, 어른에게는 오래전 지나쳐 온 이름 없는 존재들의 연대 이야기로 읽힌다. 세 존재가 만나 서로에게 진짜 이름을 지어 주며 즐거워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어린이에게는 우정과 모험의 서사로, 어른 독자에게는 존재를 인정받는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는 이야기로 읽힌다. 윤여림 작가 특유의 리듬감 있는 문장과 이소영 작가의 그림이 만나, 소리 내어 읽기에도 좋고 여러 번 곱씹어 읽기에도 좋은 그림동화가 완성되었다. 『코끼리 고모부』에 이어 사과잼롱롱에서 두 번째 책으로 나온 윤여림 작가의 수작이다.
말할 줄 아는 당당한 배, 순하고 배려심 많은 이름 없는 곰과 여자아이의 만남
작고 빼빼 마른 배고픈 곰은 사람들에게 늘 “곰 맞아?” 소리를 듣는다. 곰이 인간들 사이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그날그날 먹고살 궁리를 하던 어느 날, 물고기가 잡히지 않고 지저분해서 아무도 타지 않으려는 낡은 배가 곰에게만 살짝 속삭인다. “나 한번 타 봐.” 주인이 아무렇게나 지은 엉터리 이름 말고 자기 스스로 이름을 지은 이 배는 ‘바다의 여왕’이다. 이름 없는 곰은 조금씩 조금씩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곰이 된다. 여전히 선하고 배려심 가득한 상태로 말이다. 둘의 여정에서 자기와 비슷하게 곤경에 처한 여자아이를 만나 도움을 주고 셋은 편견과 놀림과 압박을 벗어나 떠나기로 한다. 자기 이름을 스스로 지은 배, 이름 없는 곰, 이름을 잃어버린 아이. 이렇게 셋은 함께 폭풍우도, 놀림도 이겨 내며 진짜 자기 이름을 가슴에 안고 인생의 다음 항해를 나선다.
누군가가 나를 제대로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나는 내가 된다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여전히 이름 없이 살아가는 존재를 무심히 지나친다. 곰과 배와 아이, 그 셋의 이야기는 우리가 놓친 이름들에 관한 것이다. 세상은, 또 우리는 늘 그것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부터 정해 놓는다. “곰이 이렇게 작을 리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세상이 정한 모습을 벗어난 존재들이 스스로 이름을 짓고 세상으로 당당히 나아가는 이야기가 『바다의 여왕』이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가 놓치기 흔한 시내와 강과 산, 우리의 이름도 새롭게 떠올릴 수 있다.
아이들의 마음에 깊은 용기와 따뜻한 우정을 심어 줄 인생 그림책!
바다의 여왕은 일차적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동화라고 해서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다. 아니, 동화라서 더 정직하고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존감, 소속, 연대, 다름의 수용 등, 어른의 언어로 설명하기 힘든 것들을 곰 한 마리와 낡은 배가 서로를 챙기며 떠나는 모험 이야기로 대신 말해 준다.
작가가 수십 년 동안 품어 온 유년 시절의 추억에서 출발한 이 책은, 이름 없이 서로를 알아본 존재들의 연대로 완성되었다. 책 속에는 ‘배려’가 무엇인지 보여 주는 정 많은 곰, 자기 생각을 또박또박 용기 있게 말하는 소녀가 등장한다. 또한 현재 처한 상황에 갇히지 않고 꿈꾸는 자화상을 품은 채 스스로 이름을 짓고, 친구들에게도 이름 짓기를 제안하는 ‘바다의 여왕’도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읽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깊은 여운을 남긴다.특히 ‘바다의 여왕’과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는 의성어와 운율(라임)이 살아 있는 반복구가 많다. 소리 내어 읽기에 최적인 윤여림 작가의 글에 이소영 작가의 거침없고 자유로운 붓질이 더해져, 독자에게 ‘바다의 여왕’에 올라타 설렘 가득한 항해를 함께 떠나자고 손짓한다. 아이들의 마음에 깊은 용기와 따뜻한 우정을 심어 줄 이 책을 잠자리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감상을 나누어 보길 권한다.
하루치 물고기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원래 다 다르게 생겼다. 고양이도, 소나무도, 사람도 저마다 다른 크기와 모양, 다른 생각을 갖고 태어난다. 그런데도 세상은 자꾸만 “이건 왜 이렇게 생겼어?” 하고 정해진 틀을 들이민다. 『바다의 여왕』 에서 꼬마 곰들이 작은 여자아이를 ‘너는 너는 못난이 사람이지롱.’ 하고 놀리듯 말이다. 세상의 기준과 달라도 좋은, 아니 달라서 더 좋은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넌지시 시사한다.
지금도 바다의 여왕과 금빛곰곰, 은빛달달은 어느 바다 위에서 하루치 물고기를 잡고, 배불리 먹은 뒤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 것이다. 세 친구에게 필요한 건 많은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살 만큼의 양식과 그것을 나눌 친구였다.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밀려났던 존재들이 결국 증명하는 건, 다름은 원래 자연스러운 것이며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관계와 이야기에서 온다는 사실이다. 적은 것에 만족하며 무한한 자유를 누리는 삶,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다정한 이야기 한 편.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것은 바로 그런 하루다.
작가의 말
“안녕? 내 이름은 바다의 여왕이야. 내 이야기 한번 들어 볼래?” 어린 나는 바다의 여왕이 들려주는 여러 풍경, 선원들 이야기에 푹 빠졌어요. 이야기를 다 마치고 바다의 여왕이 말했어요. “지금은 나 혼자 바다를 떠돌고 있어. 네가 나랑 평생 함께할 친구를 만들어 줄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상상으로 친구 만드는 일쯤은 쉽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내 생각은 틀렸어요. 웬만한 친구는 바다의 여왕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몇 번 거절당하고 나니 뿔이 났어요. 까탈스러운 바다의 여왕 같으니라고. “나 안 해!” 바다의 여왕은 풀 죽은 얼굴이 되었어요. 미안했지만, 다시 해 보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어요.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거든요. 그때였어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꼭 사람이랑 친구가 되란 법이 있어? 곰이랑 친구가 될 수도 있잖아.’ 사람들 사이에서 외롭게 살아가던 곰과 바다의 여왕. 이야기 속에서 둘은 서로 의지하며 어려움을 하나하나 헤쳐나갔어요. 이야기는 점점 풍성해지더니 외로운 사람 여자아이라는 친구도 나타났어요.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바다의 여왕이 빙긋 웃었어요.“마음에 들어.”_ 윤여림
우리 주변의 삶과 사회의 이야기를 그림책에 녹여 넣는 방법을 연구하는 작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다. 밤낮없이 일하고 공부하는 ‘우리’를 돌아보며 ‘우리’의 감정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걸맞은 이미지 작업을 계속하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졸업, 파리국립응용미술학교(ENSAAMA Oliver de Serres) 졸업 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그림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그림책이 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층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현재 파리 1대학에서 조형미술 석사 과정 중에 있으며, 2014년 볼로냐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