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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작가 류정희
  • 글작가 윤슬빛 (윤슬)
  • 출판사 담다
  • 페이지
    48 쪽
  • 발행일
    2026-10-10

책 내용

“당신은 나 만나서 행복했어?”
마지막인 줄 몰랐던 어느 밤, 미처 건네지 못한 대답에 관한 이야기

엄마가 떠난 뒤에도 앞치마는 그 자리에 있다. 언제나처럼. 하지만 집 안의 시간은 달라졌다. 다른 집들의 불이 하나둘 꺼지는 밤, 아버지의 집만은 환하다. 낮에도 불은 꺼지지 않는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아버지는 좀처럼 말을 하지 않고, 딸들이 건넨 따뜻한 국 앞에서도 숟가락을 제대로 들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어렵게 입을 연다.

“내가… 불 끄자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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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보도자료

어떤 집에는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마지막 밤에 꺼버린 하나의 불,
그리고 다시 불을 끄기까지의 시간

누군가가 떠나간 뒤, 이상할 만큼 선명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함께 먹었던 음식.
마지막으로 나눈 말.
마지막 표정.
그리고 무심하게 지나쳤던 작은 행동 하나.

『불이 꺼지지 않는 방』에서 아버지에게 그 순간은 ‘불을 끈’ 일이었다. 평소처럼 아내의 이야기를 듣던 아버지는 잠자리에 들기 위해 스위치를 내렸다. 너무나 평범했던 행동. 그러나 다음날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그 사소한 행동은 완전히 다른 의미가 갖게 된다.

‘그때 불을 끄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더라면.’
‘조금만 이야기를 나눴다면.’

아버지는 그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래서 그때부터 집의 불을 끄지 않는다. 아니 불을 끄지 못하게 된다. 낮에도.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방』이 특별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아버지의 마음을 ‘죄책감’이나 ‘애도’라는 단어로 설명하지 않은 점이다. 남겨진 앞치마, 멈춰 있는 숟가락, 국그릇에 떨어지는 눈물, 꺼지지 않는 전등, 이불을 끌어 올리는 손으로 그 마음을 대신한다. 두 딸도 아버지에게 힘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함께 앉아 조금 긴, 오래된 이야기를 나누며 잊는 법이 아니라 함께 살아간다는 법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두 번째는 엄마가 살아 있던 마지막 밤을 특별하게 전달하지 않는다. 엄마는 평소처럼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자신을 자전거에 태워준 아버지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던 두 딸을 떠올린다. 그러다가 남편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나 만나서 행복했어?”

쉽고 짧은 질문, 하지만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채, 쑥스러운 마음으로 서둘러 이불을 끌어 올리며 잠을 정한다. 바로 이 장면 때문에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이 깊고 묵직하게 내려앉는다. 『불이 꺼지지 않는 방』은 사랑, 가족, 죽음과 애도,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오래 들어주는 일에 관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100세 그림책이다. 상실이 아니라 기억과 함께 다시 살아가는 법에 관한 이야기. 삶을 오래 살아낸 사람일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마음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가야 할까?

 

일러스트레이터 소개

“일상의 장면 속에서 서사를 발견하고, 그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지속해왔습니다. 20년 동안 사진과 이미지 작업을 해오며, 시선이 담긴 한 장면의 힘을 믿어왔어요. 이번 책에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글과 어우러지는 그림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이야기의 감정과 흐름이 그림을 통해 조금 더 다정하게 전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