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청수마트〉 이작은 작가가 그려낸 또 하나의 우리 이웃 ‘세신사’ 이야기
2026 서울국제도서전 선정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동네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일과 삶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낸 이작은 작가가
이번엔 목욕탕에서 일하는 우리 이웃을 만났습니다. 바로 세신사.
소중한 남의 몸을 씻어 주는 또 하나의 소중한 몸 - 세신사,
그들의 일과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림책 속에서 주인공인 ‘현직 세신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볼까요?
의사, 간호사, 요리사, 조종사... 나는 세신사!
사람들은 종종 목욕탕에 온다. 오는 이유는 다 달라도, 모두 같은 점이 있다.
바로, 옷을 모두 벗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알몸으로 나를 마주치게 된다는 것.
나? 세신사다. 남의 몸을 씻어주는 사람. 누군가는 내가 궁금할 수도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세신사로 일하는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무슨 일이든 그렇듯이, 세신사가 되려면 여러 가지를 배워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의 몸. 세신사는 남의 몸을 씻어주는 사람이니까.
세신사는 배운다. 사람의 뼈가 몇 갠지, 근육이 몇 갠지, 어디가 자주 아프고
어디는 둔하고 어디는 예민한지, 그리고 어디어디에 때가 잘 끼는지...
일할 때 쓰는 도구와 재료도 배운다. 어디에 어떤 때수건을 써야 하는지,
어떤 비누가 때를 잘 녹여 내는지, 피부에 따라 맞는 비누는 무언지...
때를 미는 방법은 필수 중에서도 필수. 마사지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잘 배워도 해 보지 않으면 소용없다. 세신사가 되려는 사람들은
서로 짝을 지어 때를 밀어 주고 마사지도 해 주며 일할 능력과 자격을 얻어간다.
자격이 생기면 일자리를 찾는다. 세신사의 일자리는 목욕탕이다.
목욕탕에서 세신사는 근무환경에 맞는 일옷을 입고 손님들을 맞는다.
열심히 잘 배웠어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불평도 듣고 어려움도 겪으며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나도 손님이 되어보는 것. 잘하는 세신사를 찾아가 내 몸을 맡겨도 본다.
그렇게 유능한 세신사가 되어 간다.
세신사에겐 여느 직업과 똑같은 애환과 보람도 있고, 특별한 애환과 보람도 있다.
여느 직업인들처럼 더 잘하려 노력하면서 성장해 가며
나 자신을 돌보고 관계를 맺어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몸.
세상엔 많은 몸이 있고, 그 몸들은 다 다르다.
하지만 똑같이 소중한 몸이다. 소중한 몸을 씻어주는 나의 몸 역시 소중하다.
세상엔 많은 직업이 있다. 의사, 간호사, 요리사도 있고 변호사, 조종사, 세신사도 있다.
나의 직업은 소중한 나의 몸으로 소중한 남의 몸을 깨끗이 씻어주는 일.
나는 세신사다. 오늘도 수고했고, 내일도 수고할 것이다.
아, 나는 여자 세신사, 여탕에서만 만날 수 있다. 남자 세신사는 남탕에서 만나시라.
세종대학교 서양화과를 1996년에 졸업했습니다. 2005년에 서울 ‘SI일러스트’에서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제가 그린 첫 그림책은 《떡보먹보 호랑이》입니다. 제가 사는 집 창문에서는 앞집 지붕들이 내려다보입니다. 지붕 너머에는 아파트가 있고, 더 먼 곳에는 산이 조금 보입니다. 밤이 되면 창 밖에 노란 불빛들이 반짝입니다. 저는 동네사람들의 모습을 좋아합니다. 구둣방 아저씨, 식당 아줌마 그리고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도 좋아합니다. 마트에서 처음 동수를 알게 되었을 때, 동수는 네 살 보다는 많고 다섯 살 보다는 적은 나이였습니다. 동수는 제 마음을 모르지만 저는 동수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동수를 열심히 그렸습니다. 지금 동수는 여섯 살 보다 많지만 아직 일곱 살은 아니에요. 동수가 이 책을 본다면 좋아할까요? 땅꼬마를 그렸다고 싫어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저는 동수를 찾아가 이 책을 보여주겠어요. 동수가 주인공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