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상징하는 해골, ‘살아 있음의 의미’를 가르치다
『이 또한 얼마나 행운인가』는 SNS에서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 온 ‘미스터 스켈리Mr.Skelly’가 기쁨과 상실, 슬픔과 사랑의 풍경을 거치며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해 가는 그래픽 에세이다. 영국판은 출간되자마자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미국판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스켈리는 푸른 들과 숲, 바닷가와 눈 덮인 길을 소요한다. 때로는 혼자이고, 때로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이며, 때로는 길을 잃고 망연자실 멈춰 서기도 한다. 그 여정에서 그는 붙잡아야 할 것과 놓아 주어야 할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알아보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결국 우리가 가진 것은 ‘아름답고도 연약한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책의 가장 특별한 역설은 주인공이 ‘해골’이라는 데에 있다. 죽음의 이미지인 스켈리는 삶의 유한함을 윽박지르기 위해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끝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평범한 하루, 사랑하는 사람, 작은 햇살과 잠깐의 평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운다. ‘우리는 결국 같은 뼈로 이루어져 있다’는 단순하고 자명한 사실은 겉으로 보이는 인간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만드는 따뜻한 시선이 된다. 크리스티안 왓슨의 손으로 그린 그림은 이 책의 또 다른 언어다. 고요하고 따뜻한 풍경, 오래된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스켈리의 모습, 여백이 많은 짧은 문장들이 만나 독자가 서두르지 않고 한 페이지씩 머물게 한다. 읽는 책이면서 동시에 곁에 두고 자주 펼쳐 보는 책, 힘든 날 아무 페이지나 열어도 작은 위로를 건네받을 수 있는 책이다.
『이 또한 얼마나 행운인가』는 해골 이야기다.
해골은 죽음의 상징이다. 그런데 크리스티안 왓슨이 만든 미스터 스켈리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텅 빈 눈과 앙상한 몸은 기괴하기보다 이상하리만큼 다정하다. 이미 모든 것을 벗어버린 존재이기에 오히려 삶의 본질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스켈리의 질문은 거창하지 않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충분히 사랑하고 있는가, 바꿀 수 없는 일을 붙잡고 너무 오래 괴로워하고 있지는 않은가, 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를 잊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오늘이라는 시간을 정말 잘 살아가고 있는가. 이 단순한 질문들이 독자의 삶을 환하게, 따뜻하게 비춘다.
『이 또한 얼마나 행운인가』는 그림책처럼 아름답다
크리스티안 왓슨은 애니메이터이자 디자이너다. 그가 직접 손으로 그린 풍경은 보는 이에게 특정한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빛이 스미는 숲, 들꽃, 물가, 오래된 집과 길 위에 작은 해골 하나를 놓아두고 독자가 충분히 바라보게 만든다. 글 역시 짧고 담백하다. 그림과 문장 사이의 넓은 여백 덕분에 독자는 자신의 기억과 상실, 사랑과 희망을 자연스럽게 불러오게 된다. 하여 이 책은 빠르게 읽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읽기에는 아깝다. 한 장면 앞에서 오래 머물고, 어떤 날에는 단 한 페이지만 읽어도 좋을 것이다. 영미권 독자들이 ‘다시 펼치고, 다시 펼치는 책’, ‘힘든 사람에게 건네고 싶은 책’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또한 얼마나 행운인가』는 결국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다.
미스터 스켈리의 여정은 기쁨, 상실, 슬픔, 사랑을 통과해 마침내 가족과 안전한 집을 찾아가는 길이다. 그러나 그 목적지는 특정한 장소만을 뜻하지 않는다. 자신의 시선을 바꾸고, 통제할 수 없는 것과 화해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소중히 여기며, 주어진 삶을 가능한 한 온전히 살아가는 상태에 가깝다. 우리는 언젠가 모두 뼈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그전까지 무엇을 보고, 누구를 사랑하고, 무엇을 놓아주며 살아갈 것인가. 『이 또한 얼마나 행운인가』는 그 여러 질문에 정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그저 독자의 어깨에 조용히 손을 얹듯 말할 따름이다. 지금 여기 있다는 것, 사랑할 사람이 있다는 것, 다시 시작할 하루가 있다는 것, 어쩌면 그 모든 것이 행운이 아닌가 하고.
이런 책이 있어 이 또한 얼마나 행운인가!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1924us
오리건주 머틀 크릭에서 나고 자란 애니메이터이자 디자이너인 크리스티안 왓슨Christian Watson은, 사람은 마땅히 다방면에 걸쳐 늘 배우는 학생으로 남아야 한다는 신조를 오랫동안 지키며 살아왔다. 이러한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그는 사려 깊은 디자인과 소박한 미덕, 고유한 재능, 그리고 점차 잊혀져 가는 기술들을 보존하는 데 헌신하는 작업 공간인 1924us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2023년, 아내 엘르메이와 두 아이와 함께 태즈메이니아에 거주하던 중, 그는 스켈리Mr Skelly의 첫 형상을 스케치했다. 그가 놀랍게도, 이 작은 캐릭터는 훗날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깊은 의미를 지닌 존재로 자리 잡게 된다. 크리스티안은 자신이 작업하는 방식 그대로 글을 쓴다. 꾸밈없는 진정성, 보이지 않는 것을 포착하는 예리한 시선, 그리고 가장 정적인 삶조차도 경이롭다는 확고한 믿음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