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코가 사라졌다!
본말이 전도된 세상을 풍자와 해학으로 꼬집는 고골의 대표작
■ 줄거리
어느 날 이발사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아침을 먹으려다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갓 구운 빵 속에서 사람 코가 나온 것입니다. 놀랍게도 그 코는 한 주에 두 번 면도하러 오는 팔등관 코발료프의 것입니다. 두려움에 떨던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코를 내다 버리려고 집을 나섭니다. 하지만 가는 데마다 훼방꾼이 나타나 번번이 이반 야코블레비치를 가로막습니다.
코 주인 코발료프는 더 기막힌 일을 당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코가 사라진 것만도 까무러칠 판에, 큰길에서 사람처럼 활개치고 다니는 제 코와 맞닥뜨린 것입니다. 게다가 코는 금실로 수놓은 제복을 차려입고 긴 칼까지 찼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마차를 잡아타고 마부에게 호령하는가 하면, 성당으로 들어가서 열심히 기도까지 합니다.
코발료프는 제 코인 줄 뻔히 알면서도 코 앞에서 쩔쩔맵니다. 코가 자기보다 높은 오등관 제복을 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쭈뼛대며 말을 거는 코발료프에게 오히려 코가 큰소리칩니다. “당신하고 나는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제복에 달린 단추를 보아하니 우리는 계급도 다른 것 같은데요.”
윗사람에게 아부나 하고, 돈 많은 신붓감을 찾아 헤매던 속물 코발료프! 앞으로 코도 없이 살아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절망에 휩싸인 채 집으로 돌아온 코발료프에게 경찰이 찾아와 종이에 싼 무언가를 내밉니다. 코입니다!
코발료프는 기쁨에 겨워 온 방을 겅중겅중 뛰어다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코를 다시 붙일 방법이 없습니다. 같은 건물에 사는 의사를 불러왔더니, 코를 붙일 생각은 않고 알코올에 담가서 전시품으로 쓰면 좋겠다는 둥 흰소리만 늘어놓습니다.
그사이 코발료프의 코에 대한 소문이 세상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릅니다. 코발료프야 괴로워하든 말든, 사람들은 코발료프의 코를 놓고 희희낙락 농담을 주고받습니다.
이렇듯 온갖 소동을 일으키던 코도 결국은 제 발로 코발료프에게 돌아옵니다. 떨어져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하룻밤 자고 일어나 보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얼굴에 도로 붙어 있습니다.
이 기상천외한 이야기는 한껏 의뭉을 떠는 문장으로 끝을 맺습니다. “희한한 일은 일어난다. 세상 어디서든 일어나고, 도대체 그런 일을 겪을 이유가 없는 사람에게도 일어난다. 그러니 뭔가 이 비슷한 사건에 대해서 듣게 되면 그냥 코웃음 치지는 말아 주시기 바란다. 드물기는 하지만,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났던 건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 작품의 특징
겉치레와 허영심에 사로잡힌 세상을 싸늘한 웃음으로 꼬집는 고골의 명작
이 책은 대문호 고골의 단편소설 《코》를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으로 새롭게 꾸민 작품입니다. 독일의 어린이 책 작가 지빌 그래핀 쇤펠트가 간결하게 다듬은 텍스트에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겐나디 스피린이 그림을 곁들여서,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솜씨 좋게 빚어냈습니다.
사실 고골의 원작은 어린이들이 소화하기에는 상당히 신랄하고 난해한 텍스트입니다. 단어의 난이도야 말할 것도 없고, 겹겹의 상징과 암시, 은유와 아이러니로 촘촘하게 짜여 있어 성인 독자들조차 단박에 숨은 뜻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고골의 《코》를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중심축만큼은 명백합니다. 겉치레와 허영심에 사로잡힌 세상을 싸늘한 웃음으로 꼬집는 풍자 정신이 바로 그것입니다. 고골은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속은 곪을 대로 곪은 세상에 풍자와 냉소로 대적하는 작가입니다. 이 작품에서도 그는 흉측한 본모습을 가리기 위해 겉치장에 집착하는 세상의 추악한 면을 신랄하면서도 해학적인 필치로 속 시원히 폭로합니다.
그림책으로 다시 태어난 이 책은 고골의 원작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 즉 풍자와 해학 속에서 번득이는 비판 정신을 작품 전면으로 밀어 올립니다. 원작에서 여러 갈래로 뻗쳐 나간 자잘한 에피소드와 시대 정황에 대한 묘사 들을 큰 줄기로 응집하고, 주인공 코발료프로 대표되는 허영 덩어리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좀 더 전형적이고 우스꽝스럽게 그림으로써 어린이들도 원작이 지닌 재미와 메시지를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합니다.
예컨대 코발료프와 그의 코가 맞닥뜨리는 장면은 원작보다 한결 간결하게 다듬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작 못지않은 재미와 의미들을 전달합니다. 코 앞에 나서기까지 헛기침을 하면서 주저하는 코발료프의 복잡다단한 심리, 주눅 든 주인에게 오히려 코가 큰소리치는 희비극적인 상황, 상관의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코에게 쩔쩔매는 코발료프의 졸렬한 내면 들을 굳이 에둘러 말하지 않고 대담하고 절묘하게 그려 냅니다.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겐나디 스피린이 이룬 그림책으로서의 성취
이 놀랍도록 독특한 이야기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일러스트레이터 겐나디 스피린의 그림을 만나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브라티슬라바 국제 그림책 원화전 황금사과상, 뉴욕타임스 선정 최우수 그림책, 미국 일러스트레이터 협회 금메달 들을 수상한 일러스트레이터 겐나디 스피린은 이 책을 어린이를 위한 다이제스트 명작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완성도 높은 그림책으로 한 단계 끌어올립니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옷과 가구의 미묘한 질감, 벽지며 장식품 문양 하나하나까지 치밀하게 묘사하는 겐나디 스피린의 장기는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감탄스러운 것은 텍스트만으로는 쉽사리 상상이 가지 않던 코의 모습이 놀랍도록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표지 하나만 봐도 그렇습니다. 금실로 수놓은 제복을 차려입고 뒷짐을 진 채 걸어가는 코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에헴.” 헛기침을 할 것처럼 거만하기 짝이 없습니다.
텍스트를 감싸고 있는 액자 그림 또한 독자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페테르부르크의 명소 카산 성당이며, 거리를 오가는 마차와 사람들의 모습, 북유럽 특유의 창백한 하늘빛 들이 독자들을 이야기의 무대 페테르부르크로 끌어당깁니다. 비단 어린이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어른까지, 고골과 겐나디 스피린의 앙상블에 무릎을 치게 할 그림책입니다.
러시아의 유명한 작가 고골이 1836년에 발표한『코』를 어린이들이 읽기 쉽게 다시 썼습니다. 어느 날 얼굴에서 코가 사라진 기막힌 일을 당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코는 그의 이발을 담당한 이발사의 아침 식사 때 빵 속에서 나오더니, 남자보다 높은 벼슬아치의 옷을 입고 버젓이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코를 되돌리려 노력해 보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지요. 코는 사라질 때처럼 어느 날 아침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묘한 이야기에 당대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풍자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고풍스럽고 희극적인 그림 또한 이야기를 더욱 빛나게 합니다.
대문호인 고골의 단편소설 『코』를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으로 새롭게 꾸민 작품입니다. 독일의 어린이 책 작가 지빌 그래핀 쇤펠트와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겐나디 스피린이 같이 만들어냈지요. 고골의 원작은 상당히 신랄하가ㅗ 난해한 텍스트이지만 그 중심축은 겉치레와 허영심에 사로잡힌 세상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풍자정신이지요. 고골은 흉칙한 본모습을 가리기 위해 겉치장에 집착하는 세상의 추악한 면을 신랄하게 그러면서도 해학적으로 그려냅니다. 어린이들이 읽기에 어렵지 않게 각색하였지만 원본이 주고자 한 내용을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