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가고 싶어한 자작나무 세 그루의 이야기입니다. 건강한 모습을 잃은 도시의 모습, 오염된 환경, 전쟁의 상처 등에 대해 비판하는 그림책입니다.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 책 속의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상징을 담으면서도 서정이 드러나게 그린 그림이 정겹습니다.
자작나무들이 제일 처음 도착한 곳은 대도시이다. 그런데 도시는 술에 취한 채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림은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이 좌우로 흔들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데로 가 보자.” 실망한 자작나무 세 그루는 발걸음을 옮겨 어느 호수에 이른다. 그러나 호수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호수엔 타이어, 술병, 신발, 캔 따위가 떠다닌다. 사람들이 함부로 버린 쓰레기들로 호수는 몸살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언덕 또한 전쟁으로 곳곳에 구멍이 파여 상처투성이였다. 이제 자작나무 세 그루는 놀이터에 도착한다. 그러나 아이들로 소란스러워야 할 놀이터는 텅 비어 있었다. 녹슨 놀이기구들만이 서로 뒤엉켜 싸움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예전 같으면 온 동네 아이들이 모여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던 곳이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어서야 억지로 엄마 손에 붙잡혀 거의 끌려가다시피 집으로 가곤 했다. 그런데 요즘엔 놀이터에서 북적대며 노는 아이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직행해야 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직장인보다 바쁘다는 말이 나왔을까.
이처럼 이 책은 자작나무 세 그루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사는 모습을 신랄하면서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창백한 얼굴로 신음하고 있는 호수, 너무 많은 상처를 입어 차라리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언덕, 아이들이 놀러오지 않아서 쓸쓸하고 심심해진 놀이기구들…. 인간의 입장이 아닌 우리가 늘 무관심하게 바라보았던 대상들이, 자작나무 세 그루의 눈을 통해 비로소 제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자작나무들이 인간 세상에 실망하는 데서 끝나지는 않는다. 자작나무 세 그루가 인간 세상에서 발견한 희망은 어울림, 즉 "이야기가 있는 세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