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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북쪽 나라 겨울 숲의 풍경을 멋진 그림책에 담았습니다.『아기곰의 가을 나들이』를 그린 데지마 게이자부로의 작품으로 1986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그래픽 상을 받았습니다. 토끼를 쫓아 산을 내달리던 여우가 신비한 숲에 들어가 어린 시절을 회상합니다. 그 숲의 가장자리에서 만난 다른 여우! 눈 덮인 벌판에서 만난 둘은 함께 따뜻한 봄을 기다릴 것 같네요. 여우의 긴 털, 눈 덮인 숲의 모습을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으로 그려낸 솜씨가 돋보입니다.

달빛마저 차갑게 얼어붙은 겨울 밤, 여우 한 마리가 먹이를 찾아 숲 속을 헤매 다닙니다. 흰 눈이 수북이 쌓인 숲 속은 뼛속까지 시리도록 춥고 쥐 죽은 듯 고요합니다. 겨울을 나느라 조금 야윈 듯도 한 여우는 운 좋게 눈 위에 점점이 박힌 토끼 발자국을 발견하고 뒤를 밟습니다. “앗, 저기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토끼를 본 여우는 온 힘을 다해 달려갑니다. 하지만 토끼는 언덕 꼭대기에서 하늘 높이 뛰어 오르더니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일까요? 허탈한 듯 주위를 둘러보는 여우의 발아래 놀라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비한 숲입니다.
여우는 배고픔도 잊고 홀린 듯 숲으로 들어갑니다. 이 신비한 숲에서 여우를 맞아 준 것은 가족과 함께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입니다. 민들레가 한 가득 핀 들판에서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며 엄마 젖을 배불리 먹던 기억, 달맞이꽃이 흐드러진 들판에서 달빛을 받으며 형제들과 신나게 뛰놀던 기억,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시절의 행복한 기억들이 여우의 눈앞을 스쳐 갑니다. 그것은 어쩌면 추위와 배고픔과 외로움이 불러들인 환영인지도 모릅니다. 그 환영 앞에 무릎을 꿇는다면 여우는 영영 봄을 맞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우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숲을 빠져나와 새벽을 맞습니다. 아무 걱정 없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달콤하지만 치명적인 유혹을 이겨 낸 여우에게는 값진 보상이 주어집니다. 새벽빛으로 물들어 가는 들판에서 새로운 가족을 함께 꾸려 갈 짝을 만난 것입니다. 머지않아 눈이 녹고 봄이 오면 귀여운 아기 여우들이 태어날 테지요. 그리고 여우도 더는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늦든 빠르든 언젠가는 부모 품을 떠나 홀로 세상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 그림책 속 여우처럼 말입니다. 그때까지는 이 그림책을 그저 눈 덮인 겨울 산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작은 여우 이야기로 읽어도 좋겠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부모 품을 떠나 홀로 세상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 일이 몹시도 버겁게 느껴질 때, 다시 이 그림책을 떠올려 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림책 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격려와 위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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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소개

데지마 게이자부로 (Keizaburo Tejima) \r\n \r\n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났으며 홋카이도의 자연을 목판화로 표현한 그림책을 여럿 펴냈습니다. 그의 목판화는 힘을 느끼게 하는 굵은 선과, 차갑고 맑은 공기를 마시는 듯한 청량한 색채가 특징입니다. 그림책『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로 1986년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 그래픽 상을 받았으며, 뉴욕 타임즈 지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뛰어난 열 권의 책’으로도 선정되었습니다. 그 밖에 일본 아동복지문화 장려상, 그림책 일본 상 등 여러 상을 받았습니다. 작품으로 홋카이도의 자연을 소재로 한『딱다구리』『섬올빼미의 호수』와 환상적인 내용의『겨울의 한낮』등이 있습니다. \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