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란하고 행복해 보이는 가족의 미술관 나들이. 조금 객관적이고 정밀한 렌즈로 들여다봅니다. 아이의 예쁜 일기, 행복이 뚝뚝 떨어지는 미니홈피의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는 가족 중심의 이기적인 행동들이 눈에 걸리네요. 두고 온 물건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기, 운전하면서 교통 법규 안 지키기, 미술관에서의 에티켓 없는 행동 등. 남의 경우엔 눈살을 찌푸리지만 돌아보면 우리 각자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현대 가족의 모습을 날카롭게 꼬집고, 이웃을 배려하며 살아가는 자세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나의 사직동』『시인과 여우』『시인과 요술 조약돌』등 인간의 감성에 울림을 주는 "작품"만을 발표해 온 그림책 작가 한성옥이, 또 하나의 "작품"으로 우리 앞에 섰습니다. 과연 작가 한성옥은 이번 그림책을 통해 또 어떤 "화두"를 던지고 있을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행복한 우리 가족』이 이전까지의 작업과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어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눈을 찌르는 강렬한 표지의 그림책 한 권이 눈에 띕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귀여운 딸. 단란하고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선뜻 책을 펼칠 수는 없습니다. 왜일까요? 심지가 타들어가는 폭탄 때문일까요? 아니나 다를까, 표지를 넘기자마자 \"뻥!\" 폭탄이 터집니다. 대한민국에 발생한 엄청난 폭탄 테러의 현장입니다.
『행복한 우리 가족』은 친절하고, 예쁘고, 아름답기까지 한 여느 그림책들과는 표지부터 다릅니다. 우리의 의식에, 그리고 굳건한 우리 가족의 행복에 폭탄을 던지는 "테러와도 같은" 이 그림책은 한눈에 보기에도 수상합니다.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이 인정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문화관광부 장관이 수여하는 "한국어린이도서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한성옥은, 왜 이처럼 발칙하고 도전적인 그림책을 들고 나타난 것일까요?
우리에게 날아온 폭탄과도 같은 그림책 『행복한 우리 가족』. 그들만의 행복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F.I.T.와 School of Visual Art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다. 17세기 시인 바쇼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 『시인과 여우』로 이르마ㆍ제임스 블랙상 명예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뉴욕 일러스트레이터 협회상, 한국어린이도서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으로 『나무는 알고 있지』 『행복한 우리 가족』 『나의 사직동』 『수염 할아버지』 『우렁 각시』 『시인과 요술 조약돌』 『아주 특별한 요리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