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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마을을 지켜 주는 영험한 새 장수매와 그 매의 기상을 보고 자란 소년 돌이의 이야기입니다. 장수매는 마을 사람들이 잡은 물고기를 채 가는 날짐승을 쫓아내고 마을에서 일어날 일을 미리 알려 주기도 하는 신비롭고 영험한 새입니다. 고기 잡으러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돌이는 장수매가 어둠을 쪼아 육지로 향하는 아버지에게 빛을 비추는 꿈을 꿉니다. 유화로 그린 깊고 아련한 그림이 장수매의 전설 속으로 더욱 빠져들게 합니다. 그림을 마치면서... (2006.1. 류재수) 오래 전 사할 린 섬 남쪽 끝에 있는 코르사코프라는 곳에 갔을 때였다. 바닷가 작은 언덕, 나무 한 그루 없이 듬성듬성 나 있는 풀섶 위에 남루한 나무 벤치 하나가 놓여 있고, 동포 노인 한 분이 앉아 고국을 향해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광경은 마치 초현실주의 그림을 보듯 기묘했다. "저렇게 반세기를 앉아 있었구나..." 생각하면서 슬그머니 다가가 그 분의 표정을 보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 그저 멍해졌다. 상상과는 정반대로 그렇게 온화한 모습일 수가 없었다. 무엇이 그 분을 미소 짓게 했을까? 돌아온 나는 참담했고 한동안 자괴감에 빠졌다. 무엇인가 구하러 간 그곳에서 목격했던 상황들은 되레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어떤 곳인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국 곳곳에 스며 있는 이웃들의 비원을 외면한 채, 그 사회가 추구한다고 하는 안정과 번영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어느 날 장산곶매가 코르사코프의 고적한 잿빛 하늘 아득히 먼 곳에서 찬 공기를 가르며 선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들어왔다. 이 책을 한창 그리고 있던 중에도 이십 여 년을 가깝게 지내던 팔순 노인 한 분이 북녘에 가족을 둔 채 세상을 하직하였다. 혼자 살던 그 분은 평소 가족 이야기를 꺼렸고, 나는 조심스러워 잘 묻지도 못했다. 그러던 분이 나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그리운 정도가 아니오...' 였다. 지인과 함께 고향이 가까운 대동강에 유골을 뿌리면서 문득, 슬픔보다도 이 버젓한 세상에서 왜 가족이 서로 못 만나야 하는지 "참 이상하다"는 단순한 생각이 복받쳤다. 이 책을 마무리할 즈음 기회가 되어 오랜만에 코르사코프에 다시 가 보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바다는 장엄하게 다가왔다.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망향의 동산"에서 육십 년 만에 처음으로 지내는 망향제의 굿 소리를 뒤로 하고 아련히 빛나는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돌이의 다음 이야기를 꼭 그리게 되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2006.1. 류재수 01_567.gif 01_567_01.jpg 01_567_02.jpg 01_567_03.jpg 01_567_04.jpg 01_567_05.jpg

일러스트레이터 소개

시각적이미지 그 자체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작품으로 우리그림책의 시작을 알린 작가  네이버캐스트 바로가기 >> 


류재수는 학창 시절 회화(유화)를 전공했으며, 졸업 직후 친구의 권유로 서민 어린이를 위한 탁아 운동에 동참하면서 우리 어린이 문화와 현실에 눈을 뜨고 그림책 작가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현대 그림책 역사 초기에 그림책 장르의 사회적 위상과 이론적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워크숍과 강연을 열고 다수의 평론을 발표하고 공모전을 심사하는 등 많은 활약을 하였습니다. 지금은 '(사)어린이 어깨동무'의 일원으로 남북 어린이 문화 교류에 힘쓰고 있습니다. 《백두산 이야기》는 일본 출판과 동시에 일본에서 무대극 <산이 된 거인>으로 꾸며져 순회 공연을 하였으며, 《노란 우산》은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우수 그림책'과 IBBY 창립 50주년 기념 '장애 아동을 위한 우수 그림책'에 선정되었습니다. 그 외 작품으로 《자장자장 엄마 품에》, 《돌이와 장수매》, 《하양 까망》, 《독수리와 비둘기》 등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 그림책의 길을 연 작가

류재수 선생님은 우리나라 그림책에서 주요하고 굵직한 맥을 집어나가는 작가이다. 우리 나라 그림책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현대적 의미의 그림책의 시작을 「백두산이야기」가 출간되었던 1988년으로 잡는다. 류재수 선생님의 「백두산이야기」가 출간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 나라 창작그림책은 시작된 셈이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노란 우산」은 그야말로 그림책 어법에 맞는 시각이미지의 실현을 보여준 의미있는 그림책이다. 이 두권만으로도 류재수 선생님은 한국 그림책의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백두산이야기」는 아주 먼 옛날, 한반도가 만들어지고 우리 조상들이 삶의 터전으로 잡게 된 신화를 백두산이 생긴 유래에 맞추어 새롭게 만든 장쾌한 이야기다. 한민족의 꿈과 자랑, 자긍심이 힘있는 붓질로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비행기를 처음 타 보면서 아래를 보니 참으로 산이 많았다. 그러다가 생각이 "우리 민족은 왜 백두산을 그리워할까?" 라는 데까지 미쳤고, 신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꼭 맞는 것을 )찾다 보니 없어서 짓게 된 것이 「백두산 이야기」이다.  류재수 선생님은 「백두산이야기」로 일본의 "노마 그림책상"을 받았고 90년대「산이 된 거인」(후쿠잉칸 쇼텐 출판사)이란 제목으로 일본에서도 출판되었다.


「눈사람이 된 풍선」은 글자 없는 그림책으로 편안한 줄거리에 편안한 그림이다. 하늘로 올라간 풍선이 달님, 별님이 있는 곳까지 갔다가 터져 버린다. 그 충격으로 구름들이 부딪쳐 눈이 내리고 다람쥐가 떨어뜨린 도토리가 눈 위를 굴러 눈사람이 된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장면 전환이 활발하면서도 장면 하나 하나가 아이들의 상상력 수준에 맞게 연결되어 아이들이 즐겁게 보는 책이다.


「자장 자장 엄마품에」는 아기들의 정서와 언어생활에 영향을 주는 자장가에 아이들이 좋아할 그림을 그려 흥미를 더한다. 잊혀지는 우리 나라의 옛노래와 자장가들이 그에 걸맞는 그림과 같이 실려 있어 아이들이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우리 고유의 정서를 받아들이게 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익힐 수 있게 된다.


「노란우산」은 아주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비 오는 날의 이미지를 그대로 음률이 있는 시각이미지로 표현하였다. 음악을 들으면서 이미지들이 주는 경쾌한 분위기와 느낌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전래없는 책이다. 류재수 선생님은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창 밖으로 비가 오는 것을 물끄러미 구경하고 있다가 아이들이 우산을 쓰고 등교하는 모습이 참 재미있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우산을 쓰고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모든 소음이 우산 속에 빨려들어가 한가하고 고즈넉하게 우산의 움직임만 남는 환상을 느꼈고... 예쁜 우산들의 색과 리듬이 담긴 책을 만들려고 ... 이 책을 통해 비오는 아침의 조용함과 촉촉함, 그 속에서 경쾌하게 움직이는 우산들을 담아내려 했지요.  비오는 날 아침, 학교 가는 아이들의 풍경을 담은 이 그림책은 글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된다. 노란 우산을 쓴 아이가 집을 나와 학교에 갈 때까지의 흐름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 시점에서 전개하는데, 학교 가는 길에 만나는 친구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면서 그림에 움직임을 주어, 학교 가는 길의 활기를 느끼게 한다. 비 오는 날 도시의 색인 회색을 주로 쓰면서 파스텔톤의 중간색으로 배경을 그렸고, 그 배경 속에 등장하는 우산은 울긋불긋 형형색색 화려하다. 그래서 단순한 색채의 배경에 등장하는 우산들의 움직임이 더 경쾌하고 산뜻하다. 이 그림책은 아주 새롭고 좀 낯설은 것이지만, 이미지로만 느끼는 이 독특한 세계로의 여행은 어린이들을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작가 사진은 「백두산 이야기」(통나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