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숲으로 들어간 공을 따라 자연을 마음에 담아봅니다. 공은 풀숲에 있는 모든 생명들을 지나 풀숲 밖으로 나옵니다. 쌔애앵 빠르게 날아가다가 풀과 동물들을 건드리며 지나갑니다. 땅으로 튕겨지면서 축축한 풀, 차가운 풀, 부드러운 풀도 만납니다. 활짝 핀 꽃 사이를 지나고 덩굴과 거미줄에게는 붙잡히지 않으려고 하기도 하지요. 풀숲 구경을 다 마친 공의 마음속에는 이제껏 만나온 모든 친구들이 자리하고 있답니다. 화려하면서도 추상적인 느낌으로 풀숲 자연의 모습을 책장 가득 담아낸 독특한 매력을 지닌 그림이 돋보입니다.
>>> 출판사 리뷰
누군가 공놀이를 하다 공이 풀밭으로 들어갑니다. 공놀이 한 곳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말할 것입니다. 공은 우리이기도 하고 작가 자신이기도 합니다. 공이 들어간 풀숲은 자연이고, 자연은 우리가 원래 돌아가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공은 풀숲에 있는 모든 생명과 만납니다. 빠르게 가다, 장난도 치고, 붙잡히고 싶지 않기도 하고, 어둡고 축축한 곳도 지나보고, 밝은 곳에서는 풀도 춤을 춘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쌔~앵하고 달리다 나중엔 천천히 즐기기도 하다가 데굴데굴 굴러 결국 공은 자연에서 세상으로 다시 나옵니다. 자연에 들어갔다 세상에 나와 보니 어느새 공의 마음엔 풀숲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표지에 이 그림책 전체를 아우르는 상징적인 의미를 잘 드러내는 그림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표지에는 풀숲을 그렸고(자연이 있고) 풀숲 앞에 공이 커다랗게 있으며(사람이 있고), 공 안에는 풀숲이란 글자를 써서 공과 풀숲이 하나가 되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풀숲》인데 우리 아이들에게 읽혀 보았더니, 조금은 낯설고 신기하게 생긴 풀숲 모습을 보고 "엄청나고 신기하게 생긴 풀숲"이라고 말하여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제목을 지었습니다. 아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이 어디로 갔을까 하여 공의 시선을 따라 그림책에 푹 빠져 즐겼습니다.
다시마 세이조의 작품 세계
\"쉽게 의인화 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교훈 동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자연의 목숨들을 억지로 도구화 시키지 않는 다시마 세이조 작가가 일본 작가들과 한국에 왔을 때가 2006년 8월 25일입니다. 우리교육에서는 마침 그의 그림책 《채소밭 잔치》를 출간했습니다. 그때 작가가 한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다시마 세이조 작가는, 그림책 작가가 되면서 시골로 들어가서 자급자족 생활을 했습니다. 농사짓는 법을 몰라 처음에는 실패만 거듭하고 있는데 출판사에서 채소에 관한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써 보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때는 아직 채소랑 친구가 되지 못해 거절을 하였고, 15년 정도가 지나서야 채소하고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밭에 나가 보면 무가 달빛이 비치는 밤길을 걸어서 순무한테 가는 모습이 눈에 떠올라 무에게 말을 걸기도 하였습니다. 무한테 \"어떻게 된 거야,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라고 묻는 작가 마음에는, 사람이 위에 있고, 자연이 아래에 있는 위계 질서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굳이 의인화를 시키지 않았는데도 사람이 밭에 사는 채소들과 친구가 되어 노는 장면이 가슴에 다가옵니다. 무나 토마토가 노래 부르거나 춤을 추는 모습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어린이의 이해 수준을 낮게 잡아 대충 의인화시켜내는 것은 좋지 않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에, 아이들의 마음 밭을 가꾸는 사람들은 한번쯤 귀를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의인화를 하는 동기가 사람이 자연보다 높은 자리에 서서 사람 중심으로 아이들에게 주입하기 위해 자연의 목숨을 도구화시키는 의인화라면 좋지 않다는 뜻으로 이해가 갑니다. 사람과 자연이 친구가 되어 유머를 즐기는 그림책을 아이들이 즐기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 추천평
아주 간단하고 깔끔한 시 같은 그림책이다. 끝까지 읽고 나면 아주 짧은 순간의 일을, 그림책 안에서는 긴 시간의 흐름으로 다시 풀어낸 것 같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은 공이다. 공이 튀어서 풀숲으로 들어간다. 우리도 공놀이를 하다가 공이 펑 튀어 풀숲으로 들어간 기억이 있다. 누구나 겪어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다시마 세이조는 사람의 자리에서 공을 본 것이 아니라, 공의 자리에서 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물을 보는 생각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풀 속에 있는 공을, 자기 삶의 의지가 있는 하나의 목숨으로 볼 때, 세상과 맺는 관계의 그물망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공은 풀숲으로 들어가 기세 좋게 휘익 날아가면서 그 짧은 순간에 많은 목숨을 만난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풀숲을 지나는데, 거기서 만나는 목숨들을 작가는 흥미로운 그림으로 그려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공이 풀숲 밖으로 나왔다. 여기서 그냥 "공이 풀숲 밖으로 나왔대요!" 하면 재미가 덜할 것이다. 끝에서 작가는 주인공인 공을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이 지나오면서 만난 그 많은 목숨들이 "내 마음에 다 들어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자연과 나눈 대화에서 나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거대한 자연의 신비함을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의 삶에서도 얼마든지 자연 속 목숨들과 영혼의 형제로 살 수 있다는, 작지만 따뜻한 상상력을 길러 주는 그림책을 만나는 기쁨이 있다. 작가가 가진 영혼의 나이가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 이재복 (어린이문학 평론가)
다시마 세이조는 미술의 본질인 조형성을 온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흔치 않은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때문에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에는 생명력이 있다. 《엄청나고 신기하게 생긴 풀숲》이 태어난 지 이십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신선한 이미지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은, 그만큼 미학적인 보편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역동적이고 유니크한 작가 특유의 감각이 두드러진 그림책으로 자유 분방한 표현력이 가득 차 있다. 그의 그림책들에는 한결같이 자연 친화적인 이미지가 느껴지는데, 이는 작가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체험하는 일상의 감흥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는 것 때문만이 아니다. 그보다는 호방하고 거침없는 필치를 통해 보여 주는 소박하고 천진스럽기도한 작가의 순화된 조형 세계에서 더욱 강하게 전달되고 있다. 아마도 귀엽고 화사하고 예쁜 류의 이미지에 길들여 있거나, 문학적 상상력과 시각적 상상력을 혼동하는 독자에게는 이 그림책이 낯설게 보일 것이다. 일종의 저항감마저 들지 모르겠다. 한편 어떤 독자들은 억압된 시각에서 놓여나는 해방감과 함께 강렬한 시각적 쾌감을 느낄 터인데, 이런 독자들은 이 그림책에 암시되어 있는 풍부한 시각 정보들을 곧바로 인지하면서 보면 볼수록 그림책의 본래 목적인 "보는" 즐거움에 빠져 들 것이다. 이렇게 좋고 싫음이 분명한 점이 이 그림책의 특징이며 매력이다. 감각적이고 기술지향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이 유행하는 요즈음, 이 한 권의 그림책을 통해 독자들은 일상에서 체험하는 시각적 감흥의 세계가 한층 넓어질 것이며,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예비 학도들에게는 일말의 타협도 허용치 않고, 자신의 예술적 신념을 유감없이 보여 주는 작가의 진정성과 조형 세계에서 소중한 교훈을 얻을 것이다. - 류재수 (그림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