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져 가는 골목길의 풍경을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반듯한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인 집들이 언뜻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닥다닥 붙은 낡은 집들과 좁은 골목 사이에도 때론 기쁘고, 때론 고단하기도 한 우리네 삶이 흘러갑니다. 같은 도시 안에 존재하면서도 다른 공간처럼 느껴지는 곳, 골목길의 ‘소리’ 를 그림 속에 담아내었습니다. 부드러운 질감이 살아있는 유화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큰 길에서 벗어난 비탈진 언덕 동네에는 그곳만의 소리가 있습니다. 슈퍼 앞에서 술 한 잔 걸치는 할아버지들의 말소리, 쌀집 아저씨 자전거 소리, 뛰어노는 아이들 소리, 쿨룩쿨룩 할머니의 밭은기침 소리, 강아지 보채는 소리……. 그 많던 소리들이 저물녘에 사라져갑니다. 소리가 사라지듯, 언젠가 이 골목도 동네도 사라져 버리고, 대신 그 자리엔 높다랗고 세련된 건물이 들어서겠지요. 그리고 가난했지만 정겨웠던 골목 동네의 추억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게 되겠지요.
화면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드는 할아버지, 활짝 미소 지으며 포즈를 잡는 아이들의 모습, 골목 구석구석의 생생한 풍경은 직접 카메라를 들고 골목길을 헤매어 다니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더더욱 사라지는 소리, 사라지는 골목이 애틋함을 자아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