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이 엄마가 시킨 심부름을 나선다. 소년은 심부름을 하러 갈 때가 가장 즐겁다. 왜냐하면 자기만 탈 수 있는 심부름 말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년은 집을 출발해 놀이터를 지나, 길을 건너면 경사진 길에서 잠시 멈춘다. 왜냐하면 심부름 말과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나게 내달리고 나면 어느덧 미니슈퍼가 나온다. 소년은 심부름 말을 조심스럽게 세우고, 엄마가 시킨 ‘두부 한 모’를 산다. 그리고 다시 심부름 말을 타고 돌아오는데…….
>>> 출판사 서평
꿈의 말을 타러 가자.
말은 인류가 기계동력을 이용한 교통수단을 발명하기 전까지 수만 년 동안 인류의 공간이동을 극대화한 동물 중 하나이다. 온순하지만,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존재로서 그 가치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이 귀한 존재였다. 그래서 인류는 그 신성함을 섬기고 숭배한 적도 있었다.
신성한 말에 대한 관념이 없더라도 사람들은 흔히 영리한 머리와 온순한 눈망울을 가지고, 거친 숨을 내쉬며 힘차게 달리는 말의 매력에 본능적으로 빠져들곤 한다. 또한 생명체와 일체감을 느끼며 세상을 맘껏 내달릴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든 곳에는 말이 늘 사람들과 함께 해 왔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동네어귀에서 신나는 동요를 틀어놓고 목마를 태워주는 리어카 아저씨가 전국을 돌며 아이들에게 꿈속의 말들을 태워주곤 했는데, 지금은 놀이동산의 비행기와 자동차와 우주선이 꿈속의 말을 대신하고 있어, 하지만 아직도 놀이동산에는 추억의 회전목마가 아이들에게, 사람들에게 그 매력적인 자태는 뽐내며 꿈을 실어 나르고 있다.
아이들아, 즐거운 상상의 날개를 펴라.
동심(童心)의 힘은 무한하다. 오지의 아이들의 사진을 엮은 <문명 저편의 아이들>에서 박하선 사진가는 어렵고 힘든 현실을 이겨가는 오지의 아이들의 힘은 바로 무한한 상상력, 즉 동심의 힘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자기 나름대로 질서 정연한 상상의 체계를 지니고 있다. 침대맡 곰인형은 나와 함께 꿈속을 여행하는 친구, 책상 밑 로봇인형은 내 방을 지켜주는 기사, 신발장 옆 아빠의 구두주걱은 나의 요술봉 등 스스로 물건의 쓰임새를 정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책의 소년은 심부름을 갈 때마다 타고갈 수 있는 말을 가지고 있다. 엄마가 시키는 번거로운 심부름도 몇 번이고 즐겁게 다녀올 수 있는 것은 바로 심부름 말을 타고 거리를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좋고, 아무도 보지 못해도 싫지 않다. 아이 스스로 즐거운 상상을 현실의 만족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한 것이다. 이러한 행복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아이의 인생을 풍성하게 해 줄 것이다.
많은 그림책이 그렇듯이 이 책의 내용도 실제 작가의 체험담에서 비롯되었다. 아직도 자기만의 심부름 말을 갖고 있다는 작가는 달리고 또 내달리는 그 때의 심부름 말에 대해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들도 자기만의 상상 친구를 가지고 있었던 기억을 털어놓는다고 전한다. 작가는 이 책을 보면서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상상 경험을 하기를, 어른들은 추억의 상상 친구를 다시 떠올리길 바란다고 말한다.
즐거운 심부름은 좋은 습관이다.
사회가 치열한 경쟁 관계에 돌입하여 미취학 아동부터 학습에 열중하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을 미리 본 아이들은 묻는다.
“심부름이 뭐예요?”
심부름이란 단어의 뜻을 알고 있는 아이들도, 이 책의 소년처럼 집 밖으로 심부름을 가 본 경험은 별로 없다. 요즘은 한 집에 한 명 이상의 아이가 있는 가정이 드물고, 장차 좋은 대학과 직장에 들어갈 미래를 걱정하며 취학 전부터 지식 쌓기에 여념이 없는 자녀에게, 왠지 하찮아 보이기도 하고, 밖으로 혼자 보내는 것이 두려워 부모들은 심부름을 거의 시키지 않는다.
가까운 곳에 심부름을 보내는 것은 아이에게 책임감과 용기를 북돋고, 대인관계에 대한 자신감과 스스로 해 냈다는 성취감을 심어줄 수 있다. 또한 경제생활에 대한 작은 가르침으로 출발할 수 있다. 찬찬히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차츰 혼자서 심부름을 하게 하는 것도 미래의 아이의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데 좋은 습관이 될 수 있다.
그림책은 그림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의 소년이 심부름 말을 타고 여행하는 곳은 바로 소년이 사는 동네이다. 그림 작가는 동네를 여행하는 소년이 바라보는 것들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소년이 사는 집 근처의 골목길, 놀이터, 아이들의 놀이, 버스, 돌은 얹은 장독대, 구형 자판기, 가게 문을 닫던 철제문 등 지금도 현존하거나,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풍경을 복합적으로 묘사했다.
널찍한 책 크기는 자세히 묘사된 그림에서 느껴지는 익숙하고 그리운 풍경을 현실적으로 전달해 주며, 말을 타고 달리는 움직이는 소년의 동선을 시원하면서 아름답게 표현했다. 또한 이 책의 시작과 끝에 심부름 말의 비밀을 알려주는 재미있는 그림도 덧붙이고 있어 독자들은 발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소년에게만 보이는 심부름 말의 색채는 실제적이면서도 미묘한 색채를 혼합해 사용함으로써 그 신비성을 더해줘 독자에게 현실과 상상의 미묘한 경계선을 맛보게 해 준다.